등록 : 2019.05.31 19:32
수정 : 2019.05.3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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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24일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된 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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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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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24일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된 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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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숙제를 산더미처럼 쌓아두지 않았던 적이 있냐고, 맨날 싸우는 여야가 숙제 좀 미룬다고 당장 나라 망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 뭐 딱히 할 말은 없다. 다만, 숙제가 늦어질수록 타격이 큰 추가경정예산(추경) 문제는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른 민생법안도 간절하지만, ‘추경은 타이밍’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정부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게 지난 4월25일이다. 31일 현재 37일째 방치 상태다. 국회 밖으로 뛰쳐나가 장외투쟁까지 끝낸 자유한국당은 아직 귀가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머뭇거리는 사이 봄날은 다 지나고 이제 초여름이다.
시간을 거슬러 4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현재 상황과 180도 다른 ‘추경 대결’이 있었다.
“내수와 수출 감소, 대외여건 불확실성 심화, 어려워진 민생경제 등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리려면 정부 추경안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차질 없이 집행돼야 한다. 이른 시일 안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당에서 더욱 협조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누구의 말일까. 2015년 7월22일,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여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추경 처리를 당부하며 한 발언이다. 그 역시 “추경은 타이밍”이라고 강조했었다.
다음날인 7월23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안 처리에 합의해줬고 이튿날 추경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추경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직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추경에 합의하면서 법인세 정상화를 합의에 명시하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하다. 협상을 통해 다 얻을 수는 없지만, 우리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가 거둘 수 있는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정권이 바뀌고 여야의 처지도 달라졌지만 4년 전 추경의 내용 자체는 올해 추경과 매우 비슷하다. 2015년엔 ‘메르스 사태, 가뭄 극복과 경기부양 및 민생안정’(11조8천억원)을 목표로 했고, 올해 추경 역시 ‘미세먼지 및 산불 등 재해 대응과 민생경제 활력’(6조7천억원)을 위한 것이다. 둘 다 직전의 재난·사고를 추스르고, 민생에 온기를 불어넣으려는 정책 의도를 갖고 있었다. 2015년과 2019년 모두 다음해 총선이 예정된 시기여서 야당이 “선거용 선심성 예산”이라고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같다.
4년 전 민주당은 정부안 11조8천억원에서 5조6천억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2천억원만 삭감하고 대부분 정부안대로 처리해줬다. 당시 정부의 추경안 제출부터 처리까지는 18일이 걸렸다.
4년 전 추경만 유독 빨리 처리된 게 아니다. 같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7조3천억원 규모의 추경은 19일, 2016년 11조원 규모의 추경은 37일이 걸렸다.
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작년과 재작년 추경은 각각 45일이 걸렸고, 올해는 (만약 통과된다면) 그보다 훨씬 더 걸릴 게 뻔하다. 이미 37일이 지났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물밑협상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당연히 열려야 하는 6월 임시국회는 의사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당이 등원하더라도 최소한의 추경안 심사 기간이 필요하다.
국회를 뛰쳐나간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확인한 국회 밖 현장은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민생지옥’이었다고 한다. 단번에 ‘민생지옥’을 해결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그 해결의 첫 단추는 국회에 들어와 추경을 검증하고, 관련 민생법안을 논의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다른 방법은 없다. 총선용 예산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감하면 된다. 한국당 지지자 중에도 산불 대책 예산, 포항 지진 지원 예산, 청년취업 관련 예산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한국당은 이미 ‘추경 타이밍’뿐 아니라 장외투쟁 직후 국회 정상화를 명분으로 한 ‘귀가 타이밍’도 놓쳤다. 다음주에도 국회 밖을 떠돈다면 그건 단순히 ‘타이밍’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를 명분으로 복귀한다고 민주당이 승자가 될 리도 없다. 추경이 늦어져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데, 국정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여당에 박수 쳐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미 승자는 없고 피해만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갈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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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환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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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경에는 미세먼지를 정말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시도가 담긴 예산도 5700억원가량 반영돼 있다. 마스크로 얼굴을 몽땅 가리고 등교하는 꼬맹이들이 조금이라도 안쓰럽다면, 그 정도 나랏돈은 서둘러 써줘야 한다. 야당이 국회에 들어와 증액해준다면 개인적으론 대환영이다.
석진환 정치팀장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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