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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22 15:40 수정 : 2019.04.23 16:25

20일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문재인 정부 규탄집회 무대에 올라 연설을 하고 있는 곽준혁씨(왼쪽). 곽씨는 지난해 9월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도 연설(오른쪽)을 한 바 있다. 유튜브 갈무리

‘청아대’ 유튜브 채널 대표 곽준혁씨 20일 광화문 자유한국당 집회서 연설
“문 대통령, 국민혈세로 신혼여행 하나” 지난해 태극기 집회 무대에 오르기도

20일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문재인 정부 규탄집회 무대에 올라 연설을 하고 있는 곽준혁씨(왼쪽). 곽씨는 지난해 9월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도 연설(오른쪽)을 한 바 있다. 유튜브 갈무리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노인층이 주로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 한 청년이 단상에 올라 연설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청년은 유튜브 채널 ‘대한민국 청아대’ 대표 곽준혁씨다. 청아대는 ‘청년과 아재의 대화’의 줄임말로, 곽씨는 2017년 12월 해당 채널을 개설하면서 “대한민국의 세대 갈등의 심각성을 느끼고 이를 타파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곽씨가 올리는 영상 콘텐츠는 극우 보수 성향의 정치적 발언이 대다수다. ‘반 문재인 결사체’라고 주장하는 ‘우파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 김정은 위원장의 편지를 흉내 내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아 붙인 대자보를 소개하고, ‘2만7000명의 생명을 구하고 미국을 굴복시켰다’는 내용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칭송하는 게시물을 게재해놨다. 지난 7일 올린 ‘조양호 별세, 잔인한 살인 정권’ 제목의 영상에서는 폐 질환으로 숨진 조양호 한진 회장 사망의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독재적인 만행’이라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배임·횡령 등 8가지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대한민국 청아대’의 22일 현재 구독자 수는 약 16만여명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의 구독자 수가 27만여명인 것에 견주면 적은 숫자가 아니다.

곽씨는 이날 집회에서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보다 먼저 무대에 올랐다. 곽씨는 순방을 떠난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두고 “국민 혈세로 두 내외가 신혼여행 하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씨는 “외교참사로 국제 왕따가 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테 오지랖 소리 듣고도 한마디 못해 국민들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동남아 순방을 떠났다”며 “외교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국민 혈세로 두 내외가 신혼여행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동남아시아가 아닌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떠난 바 있다.

색깔론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곽씨는 ‘우파 전대협’에 대해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것을 두고 “김정은 풍자하면 유죄, 김정은 찬양하면 무죄. 이 나라가 북한이냐”고 부르짖었다. 곽씨가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백두칭송위원회가 21세기 광화문 광장에서 활개치고 있다”고 말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좌빨들 물러나라”, “문재인은 간첩이다” 같은 호응이 터져 나왔다.

곽씨는 지난해 9월 광화문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 무대에서도 무리한 색깔론을 펼친 바 있다. 당시 곽씨는 “문재인 정부는 친북파, 친일파”라고 주장했다. 북한에 석탄과 쌀을 퍼주면서 공산당 정권을 이롭게 하고 일본에게는 국가 경쟁력이 밀리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곽씨는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 사이에 퍼진 자유한국당 심판론을 의식한 듯 “그러지 말고 자유한국당 의원을 이용해야 한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청년 유튜버 곽씨 등을 통해 ‘태극기 집회’와 접점을 찾아가는 정치를 펼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교안 대표도 이날 연설에서 “문재인 정권이 지난 2년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좌파 천국을 만들어놨다”, “경제를 살릴 외교는 보이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와 같은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날 광화문에 울려 퍼진 발언들에 대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1980년대 낡고 음습한 수구 냉전시대에 살고 있다. ‘좌파 독재’, ‘좌파 천국’이라는 색깔론이 아직도 먹힐 거라 생각하는 외줄타기 정치에 모든 걸 걸고 있는 것 같다”며 “21세기에 20세기 1980년대식 이념몰이식 정당이 설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유한국당은 망언이 일상화되어 있고, 증오와 분열 정치가 본업처럼 되어가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은 저주 분열 정치를 당장 멈추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곽씨는 <한겨레>에 “국가 전체주의를 운운한 적도 없고 과거 독재를 찬양한 적도 없다. 극우라고 표현한 것은 잘못된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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