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4 19:43
수정 : 2019.03.14 22:17
KT 특혜채용 검찰 수사 어디로
‘정상절차’ 김성태 거짓말 드러나
내부 “왜 이렇게 지옥굴 팠을까”
구속 임원 이석채 핵심 ‘경복고 라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김아무개(33)씨의 케이티(KT)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당시 케이티 인사 업무를 총괄했던 인재경영실장(전무) 김아무개(63)씨가 구속되면서 석달에 걸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김씨의 직속상관이었던 서아무개 당시 케이티 홈고객부문 사장과 김성태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20일 국회에서 <한겨레>가 보도한 자신의 딸 특혜채용 의혹이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한겨레>는 지난해 12월20일치 1면 ‘김성태 딸 케이티(KT) 특혜채용 의혹 “무조건 입사시키란 지시 받아”’를 통해 처음 이 사실을 보도했다. 김씨의 특혜 채용 의혹은 크게 2단계로 나뉜다. 2011년 4월 계약직으로 입사한 과정, 그리고 2012년 하반기 공개채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재입사하는 과정이다. <한겨레>는 이 두 과정 모두에 대해 비정상적인 특혜 취업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김 의원은 보도에 대해 ‘정치권력과 언론이 결탁된 전형적인 정치인 사찰’로 규정하며 “사실무근이다. 딸은 주경야독해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케이티에 입사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검찰은 김 의원의 청탁 과정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를 계약직으로 채용했던 당시 케이티스포츠 관계자들은 “채용 계획이 없었는데 서아무개 홈고객부문 사장이 이력서를 주며 뽑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아직 검찰은 이력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서 전 사장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케이티 새노조 관계자는 “이력서 전달책이 중요하다. 국회 대관 업무를 총괄했던 서 사장이 직접 김 의원으로부터 받았는지 아니면 제3의 인물이 있는 것인지 수사로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개채용에 합격해 정규직 채용이 됐다는 김 의원의 설명은 이미 검찰의 수사를 통해 거짓임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케이티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김 의원 딸이 합격했다는 2012년 하반기 정규직 공채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는데, ‘서류 전형 합격자 명단’에 김씨 이름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정규직 채용 이후 신입사원 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고 원래 일하던 케이티스포츠로 돌아가 하던 일을 계속하는 등 이상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딸의 정규직 공채 합격증과 신입사원 연수 사진 등을 제시하며 결백을 주장한 바 있다.
케이티 공채 시험은 서류전형, 인적성 검사(필기시험), 면접 등 3단계로 이뤄지는데 ‘통신고시’라고 불릴 만큼 까다롭고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케이티 내부에서는 김 의원 딸이 “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는 건너뛰고 면접만 본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김 의원 딸 정규직 채용 당시 애초부터 공개채용 과정을 조작하기로 한 것이라면 인재경영실장 차원이 아닌 더 윗선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케이티 새노조는 이날 ‘김성태 딸 케이티 채용비리 수사 확대하라’는 성명을 통해 “구속된 김아무개씨도 낙하산 인사였다. 그가 내부 협조 없이 그런 대담한 채용비리를 저지를 순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가 이석채 당시 케이티 회장으로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실장은 이석채 회장 시절 이른바 ‘경복고 라인’으로 불렸던 핵심 인물이다. ‘경복고 라인’은 이 전 회장의 고교 동문들로, 케이티 요직을 독점하며 케이티 의사 결정 과정 전반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의원 딸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케이티 내부에서는 “케이티가 왜 이렇게 지옥굴을 팠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케이티 인력개발실장을 지낸 전직 케이티 계열사 사장은 “인턴 가운데 우수한 능력을 보이면 서류나 필기시험 없이 임원 면접만으로 정규직 채용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특혜 채용을 하려고 하면 이렇게 하면 될 텐데 왜 굳이 공개채용 시험을 보게 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공채 합격 타이틀을 만들어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애초부터 김성태 의원 딸이 아니라면 말도 안 될 채용이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수사를 통해 특혜 채용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상식적으로 김성태 의원과 케이티 간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김 의원 본인 수사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청년들이 ‘헬조선’의 첫번째 원인으로 꼽는 게 현대판 음서제 특혜 채용이다. 한 점 의혹 없이 밝혀 관련자 모두를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완 이경미 기자
funnybon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