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금태섭의 국회의원이 사는 법
⑤ 국회의원과 돈 1-세비
세후 실수령액 월 1천만원 정도
세전으로는 1억5017만6000원
장관보다 낮고 차관과 비슷해
근로자 평균보다는 훨씬 높아
세비 수준 놓고 입장 나뉘어
① 국민 평균 정도 받는게 적당
② 정부 감시 위해 충분한 지원 필요
의원들 ‘밥값’ 해야 논란 없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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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를 둘러싼 논쟁을 없애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밥값’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사유로 파행과 다툼만 계속하면 얼마를 받든 욕을 듣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임시국회 개회식이 열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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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과 법무부 장관 그리고 검찰총장이 밥을 먹으면 누가 돈을 낼까. 김영란법 시행 이후로는 ‘나누어 낸다’가 정답이다.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과 셋이 모두 모여서 식사를 한 경험은 없지만, 각각 따로 먹어본 적은 있는데 실제로 계산을 함께 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각자 먹은 음식 값을 내야 하기 때문에 1만원짜리 냉면을 먹은 사람은 1만원, 2만원짜리 불고기 백반을 먹은 사람은 2만원을 내야 하지만 그렇게까지 야박하게 하지는 않고 N분의 1로 1만5천원씩 낸다. 말하자면 비싼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정치판에서 통하는 생활의 지혜랄까.
식사비용을 누가 부담하는가 하는 것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치에서 돈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선출직 공무원에게 보수를 주기 시작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생계의 부담이 없는 귀족 계급만 정치를 할 수 있었는데 보수를 지급하면서 일반 시민들도 선거에 나서고 대표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이 받는 보수나 사용하는 비용은 늘 공격의 대상이 되어 왔다. 선거철이면 ‘반값 세비’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회의원의 각종 경비 사용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의 이름은 ‘세금도둑 잡아라’다. 물론 적절하지 않은 비용 지출을 문제 삼는 것이겠지만,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는 예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단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국민은 국회의원이 보수를 받지 않고 명예직으로 근무한다고 하면 두 손을 들고 환영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세비가 논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역사상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되었고, 참신한 행보로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스타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29살)는 의원실 직원들 중에 낮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의 월급을 올려주기 위해서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들의 보수를 깎았다. 박봉에 고생하는 젊은 직원들을 배려해주겠다는 조치였지만, 정작 언론은 왜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 자신의 연봉은 깎지 않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하원의원의 평균 연봉은 약 2억원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적당히 정해줬다고?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세비가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국회가 생긴 지 10개월이 지난 1949년 3월31일이다.(대한민국 국회의 첫 회의는 1948년 5월31일에 열렸다.) ‘국회의원 보수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것이다. 그럼 이 법이 생기기 전에는 공짜로 일을 했을까? 그렇지는 않다. 초대 국회의장이자 곧 대통령이 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적당히’ 정해줬다. 제헌의회 회의록을 보면, “우리가 2만8천 얼마씩을 세비라고 해가지고 그간 받아온 것은 (이승만 대통령이) 임시로 예산이 없으니 이만한 정도로 우리가 우선 세비라고 해가지고 보충해서 쓰라고 그러한 데서 그것이 기준이 나왔던 것입니다”라고 되어 있다. 국회의원의 세비에 관한 비판들 중에는 ‘자기가 받을 돈을 자기가 정하다니!’라는 얘기가 많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의 보수를 법률로 정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가 국가로서 체계를 갖추면서 생긴 일이다. 대통령이 적당히 정해주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 물론 액수를 정하는 과정이 투명하고 언론과 국민의 검토와 비판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스스로(!) 정한 초대 국회의회들의 세비는 연 36만원. 월급으로 따지면 3만원이다. 여기에 의장은 월 1만5천원, 부의장은 월 1만원, 그리고 상임위원은 매일 500원의 직무수당을 받는다. 개회 중 출석한 의원에게는 매일 1천원의 ‘거마비’도 나온다. 다만 국회 또는 정부로부터 전용 승용차를 배정받은 사람은 해당이 없다. (지금은 ‘전용 승용차’를 받는 국회의원은 없다. 13대 국회까지는 상임위원장에게 관용차가 나왔다는데 없어졌다. 기름값과 차량유지비 명목의 돈이 나오는데 이 돈으로 렌터카를 빌릴 경우 쏘나타 정도의 차를 탈 수 있다.) 대략 계산해보면 매월 총 4만~5만원 정도의 보수를 받았던 것 같다. 그 당시 수당을 제외한 국무위원(장관)의 월급이 2만5천원이었다고 하니 장관급보다도 높은 보수인 셈이다.
물론 이런 액수가 정해지기까지 의원들 사이에 치열한 논란이 있었다. 어떤 의원은 “일선에서 생명을 바치고 투쟁하고 있는 말단 관리들도 한달에 3000원에 불과한 월급을 받고 일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그런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 국회의원도 3000~4000원을 받아야 되지 않느냐”라고 발언했고, 반면 또 다른 의원은 “가난한 사람도 국회의원이 되어 가지고 자기 정치이념을 끝까지 살리기 위해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이만한 이 보수를 받는 것이 옳다고 지적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헌의회 의원들의 형편을 지금과 비교할 수는 없다. 국가 경제 자체가 바닥이었던 당시에는 지역구가 지방인 의원들이 국회가 있는 서울에 방을 얻을 돈도 큰 부담이었다. 국회에서 직접 방값을 깎아보려고 나섰지만 예산 부족으로 의원 4명이 한방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 회의록에 나온다. 의원들이 묵는 호텔에 밥값을 못 줘서 호텔이 식사 제공을 거절하기도 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채용한 친일파들은 큰 집과 자동차에 호의호식하는데 어렵사리 제헌의원으로 당선된 독립운동가 출신들은 집도 자동차도 비서도 사무실도 없다는 불만을 이런저런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들 어려운 시절이었고 의원들도 결코 여유 있다고는 할 수 없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월급 명세서 들여다보니
우리나라의 대부분 직업이 그렇지만 국회의원의 보수 체계도 복잡하기 짝이 없다. 본봉 개념인 ‘일반수당’(명세서상에는 ‘봉급’)에 각종 명목의 부수적인 돈이 따라온다. 매월 받는 금액도 차이가 난다. 그 때문에 국회의원이 받는 ‘월급’ 액수에 대한 언론 보도도 들쭉날쭉하다. 정확한 금액을 알려면 실제 통장에 찍히는 액수(실수령액)를 봐야 한다.
여기에 내 월급봉투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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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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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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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년 동안 실제로 통장에 들어온 돈을 모두 합쳐보니 1억2030만620원(세금·보험료 등 각종 공제 뒤)이다. 수당, 활동비, 명절 보너스 등등을 모두 합친 돈이다.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제외한 모든 의원이 같은 돈을 받는다. 재선, 3선이나 초선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재직 기간에 따라 봉급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매해 세비 인상률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언론에서 국회의원이 받는 보수에 관한 기사가 나올 때는 의원 봉급에 ‘의원실 경비’(사무실 운영비, 출장비 등)도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그 돈은 전혀 별개다. 실제로 국회의원 월급 통장과 다른 계좌로 입금되고 관리도 보좌진이 한다.(의원실 경비도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다. 경비로 지급되는 금액과 지출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쓴다.)
월평균을 내면 1000만원이 넘는다. 어떤 기준으로 봐도 많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도시 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이 527만원이다. 전국 가구 평균은 460만원이다. 그 정도 금액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국민의 대표인데 국민들이 버는 평균 수입 정도를 받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렇게만 줘도 국회의원 하겠다는 사람은 줄을 선다는 말이 들려오는 듯하다. 세비 깎자는 주장에 국회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발을 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들보다 더 많이 버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다. 국회의원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는 것은 행정부에 비해서 갈수록 역할과 권한이 줄어드는 입법부의 구성원들이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법을 만들고 정부를 감시, 견제하는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돈을 적게 받겠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일을 더 많이, 열심히 하는 게 국민의 대표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는 취지다. 국회의원을 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아침, 점심, 저녁 전부 약속이 있고 때로는 두세개의 식사 약속이 겹치기도 한다. 그럴 때 깨끗하게 자기 돈 내고,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서 정부에 전달하고, 소신을 지키면서 어려운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체 예산에서 국회가 사용하는 몫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의원실 한곳당 한해 6억원(의원·보좌진 월급+의원실 경비)이 들어간다고 하니까 300명이면 1800억원이다. 우리나라 1년 예산 470조원에 비하면 많다고 하기 어렵다.(사무처 포함 국회 예산 전체는 6400억원이다.)
국회의원의 보수를 둘러싼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이 입법부 구성원에게 국무위원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권자가 직접 뽑은 국민의 대표가 행정부의 엘리트 직업공무원인 장차관과 대등한 위치에서 감시, 견제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같은 수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입법기관으로 찬사를 받곤 하는 스웨덴 의회에서도 의장은 수상과 똑같은 액수의 보수를 받고 의원들도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차관급보다 약간 적은 돈을 받는다. (국회 사무처 자료를 보면, 수당을 포함한 세전 보수의 경우 우리나라 차관급 공무원은 1억5036만1900원, 국회의원은 1억5017만6000원이다.) 공무원의 보수가 지나치게 높다면 행정부 공무원과 국회의원의 연봉을 같이 깎아야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보수만 낮추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장관은 괜찮은데 의원은 아깝다?
양쪽 주장 모두 귀담아들을 부분이 있다. 입법부에 충분한 지원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국회의원이 되면 일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국회의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는 장관들의 월급에 대해서는 별 비판을 하지 않으면서 직접 뽑은 국회의원의 세비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적어도 자신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은 좀 같은 처지에서 고민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접점을 찾으려면 결국 외부의 시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세비 액수를 정할 때 시민들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에 ‘세비결정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면 어떨까 한다. 투명한 과정을 거쳐 보수가 결정된다면 국회의원들도 “나는 세비를 덜 받겠다”는 식의 쉬운 구호가 아니라 진짜 해야 하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당연한 말이지만, 세비를 둘러싼 논쟁을 진짜 없애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밥값’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사유로 파행과 다툼만 계속하면 얼마를 받든 욕을 듣지 않을 수가 없다. 모처럼 열리는 본회의에 출석할 준비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받는 돈에 걸맞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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