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6 13:11
수정 : 2019.02.26 14:42
문재인 대통령 백범기념관서 국무회의 열어 의결
광복 이후 국민통합과 애국심 함양에 기여한 공로 추가
비폭력·평화·민주·인권의 가치를 드높인 공적도 인정
3등급 독립장에서 1등급 대한민국장으로 훈격 올라
정부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유관순 열사에게 최고 등급 건국훈장인 ‘대한민국장’을 새로 추서했다. 유관순 열사에게는 1962년 독립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독립장’이 추서됐으나, 훈격이 3등급에 불과해 유 열사의 공적과 상징성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26일 오전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족정기를 드높이고, 국민통합에 기여한 공로로 유관순 열사에게 대한민국장을 추서하기로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관순 열사가 3·1 독립운동의 표상으로 국민에게 각인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1등급 훈장 추서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추서가 3·1 독립운동 100주년의 의미를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훈장은 100주년 3·1절 중앙기념식장에서 문 대통령이 유관순 열사의 유족에게 직접 수여할 예정이다
정부가 유관순 열사에게 새 훈장을 추서한 것은 ‘동일한 공적에 대하여는 훈장 또는 포장을 거듭 수여하지 아니한다’는 현행 상훈법 제4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유관순 열사가 광복 이후 국가 이미지 향상과 국민 애국심 고취 등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추가했다. 상훈법 제2조는 ‘훈장 및 포상은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몽양 여운형도 2005년 독립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장’에 추서됐으나, 2008년 해방 이후 건국 준비활동을 인정받아 ‘대한민국장’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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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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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가 수립에 혁혁한 공을 세우거나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데 뚜렷한 공적이 있는 이에게 수여하는 건국훈장은 1~5등급으로 나뉜다. 백범 김구를 비롯해 안창호, 안중근 의사 등 30명은 1등급(대한민국장), 신채호 선생 등 93명은 2등급(대통령장)에 추서됐다. 3등급은 독립장, 4등급은 애국장, 5등급은 애족장으로 불린다.
국가보훈처는 앞서 ‘유관순 열사 추가 서훈 공적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유관순 열사의 공적을 심의하고, 만장일치로 대한민국장을 추서하기로 의결했다. 보훈처는 유관순 열사가 광복 이후, 3·1운동과 독립운동의 상징으로서 국민통합과 애국심 함양에 기여하고, 비폭력·평화·민주·인권의 가치를 드높여 대한민국의 기초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보훈처 공적심사위는 “10대 청소년의 60.5%가 가장 존경하는 독립투사로 유관순 열사를 꼽았다”는 <한겨레> 1월1일치 보도를 인용하기도 했다.
유관순 열사의 건국훈장 등급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5월 유관순 열사의 서훈 등급 상향을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청와대에 올랐고, 국회에서는 상훈법 개정안 및 유관순 열사 특별법 제정 결의안이 제출됐다. 미국 뉴욕주 의회가 3월1일을 ‘유관순의 날’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해외에서도 유관순 열사의 자유·평등·인권정신을 기리는 행사가 잇따랐다.
유관순 열사는 이화학당 재학 중인 1919년 3월5일 서울 남대문 독립만세 운동에 참여했고, 이어 4월1일 충남 천안시 병천면 아우내 장터의 독립만세 운동을 주도하다 일제에 체포됐다. 일제의 모진 고문에 시달리다 1920년 서대문형무소에서 18살 꽃다운 나이에 순국했다. 정부는 유관순 열사의 공훈을 기려 1962년 독립장을 추서했다. 해군은 2015년 214급(1800t급) 잠수함을 '유관순함'으로 명명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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