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31 20:27
수정 : 2018.12.31 23:55
여야 ‘민간인 사찰’ 의혹 등 정면충돌
공공기관 임원 퇴출 ‘블랙리스트’ 공방
한국당 “전 정권 인사 명단 작성 감찰”
조 수석 “블랙리스트 만들지 않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장 사찰 논란
한국당 “민간인 전 센터장 불법사찰”
조 수석 “공직 유관단체라 전달 의무”
김태우, 스폰서 통해 인사청탁 의혹
조 수석 “건설업자 일면식도 없어”
임종석 출석 “비서실 불찰 뼈아파”
|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민정수석이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여야가 31일 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정면충돌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출석한 이날 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전 특감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를 바탕으로 ‘불법 사찰’, ‘인사 개입 의혹’ 등을 제기했고, 조 수석은 “단언컨대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민간인을 사찰하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다”고 맞섰다.
■ 야 “블랙리스트”, 여 “침소봉대” 자유한국당은 김 수사관이 제보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임원 퇴출을 위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감반이) 전 정권 인사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서 감찰했다”고 주장했다. 친정권 인사를 앉히기 위해 ‘찍어내기’ 명단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자유한국당은 또 민간인인 박용호 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 등을 ‘불법 사찰’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임 실장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주장에 대해 “이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고위 임원들의 이름과 임기, 사표를 제출했는지, 어디 출신인지 정도가 적혀 있다. 이걸 파악하지 않고 어떻게 인사를 하느냐”고 반박했다.
조 수석은 민간인 사찰의 요건으로 △권력기관의 지시 △정치적 의도와 이용 목적 △특정 대상 목표 등을 제시하며, “김태우 (행정)요원이 수집한 민간정보가 부분적으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민간 정보는 민간인 사찰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용호 전 센터장 사찰 논란에 대해선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공직 유관단체로서, 비리가 접수되면 관련 기관에 전달해야 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는 “민간인 사찰이 있었다면 저는 파면돼야 한다”고도 했다.
임종석 실장은 ‘공공기관 임원들이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공공기관 327곳 가운데, 기관장은 임기를 채웠거나 재직 중인 분이 66%이고 약 30%가 현재 재직 중이거나 자진사퇴했다. 상임감사는 88%는 임기를 채웠거나 재직 중이고 상임이사는 92%가 임기를 채웠거나 현재 재직 중”이라고 밝혔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침소봉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정주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본부장의 “환경부와 노조, 여당 의원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 모독, 폭행 등으로 정든 직장을 떠났다”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하지만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김 전 본부장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23번이었다”고 공개했고, 임종석 실장은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퇴임사까지 정상적으로 마치고 퇴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 임종석 “비서실 불찰 뼈아파”…여야는 기싸움 조 수석은 이날 김태우 수사관의 ‘청와대 인사청탁’ 의혹과 관련해 김 수사관의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 최아무개씨에 대해 “일면식도 없다”, “특감반원 모집 때 법무부의 추천 명단을 기초로 면접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시작부터 극심한 신경전을 벌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 정의와 도덕성을 앞세웠는데 위선과 일탈에 ‘양두구육’ 정권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김태우 사건의 본질은 ‘비리 기업인’을 스폰서로 두고 정보 장사를 했던 ‘비리 공직자’가 쏟아내는 음해성 내용을 ‘비토 세력’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쏟아붓는 것”이라며 ‘3비 커넥션’이라고 주장했다.
임 실장과 조 수석도 “비위로 곤경에 처한 범죄 혐의자가 자기 생존을 위해 국정을 뒤흔들어 보겠다고 벌인 비뚤어진 일탈행위”(임종석), “김 전 특감반원의 희대의 농간”(조국)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관리 책임’과 ‘공직기강’ 문제에 대해선 사과했다. 임 실장은 “비서실 불찰도 뼈아프게 생각한다. 왜 그런 비위 혐의자를 애초에 걸러내지 못하고 돌려보내지 못했는지, 좀 더 엄하게 청와대 공직기강을 세우지 못했는지 따가운 비판은 받겠다”고 말했다. 조 수석도 “이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 아주 크다. 이 사태를 정확히 수습하는 것이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날 운영위에 검찰 출신 의원들을 대거 투입하는 등 ‘만반의 준비’에 나섰지만, 결정적 추가 팩트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임 실장과 조 수석의 ‘역공’과 ‘철벽 방어’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의 전략 미스로 보인다. 어젠다를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팀플레이가 안 되는 모양새”라고 관전평을 남겼다.
김태규 정유경 김규남 기자
dokbul@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