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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3 21:14 수정 : 2019.12.24 02:39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왼쪽 둘째)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베이징/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시진핑 주석 “북-미대화 유지” 공감

한반도 정세 모멘텀 위해 ‘제재 완화’ 판단한 듯
“비건 방한 때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 구했다”

중국 ‘제재 완화’ 카드로 북한 설득 중인 듯
“중국도 판깨지면 전략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왼쪽 둘째)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베이징/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북한이 ‘새로운 길’을 예고한 ‘연말 시한’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반도 상황의 파국을 막고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공조’ 방안을 긴밀하게 논의했다.

특히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 한국이 처음으로 지지를 밝힌 대목이 주목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두 정상이 이 결의안 초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현재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굉장히 엄중한 시점에 있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국제적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 결의안 초안에 “시기상조”라며 반대 뜻을 밝힌 바 있지만, 우리 정부는 현재의 위태로운 정세를 관리하고 대화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일부 제재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중국연구소장)는 “이 기회를 흘려보내면 되돌리기 어려운 위기가 오기 때문에 대화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서 대북 제재의 일부를 조정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되돌릴 수 있는) 스냅백 조항 등을 두는 식으로 일부 제재 완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최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 기간에 이런 입장을 미국 쪽에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당국자는 “북-미 협상을 추동하는 차원에서라도 어느 시점에는 제재 완화 또는 조정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그간 우리 정부의 입장이고, 최근 비건 부장관의 방한 동안 이런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미국도 우리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상회담과 업무 오찬까지 2시간15분간 이어진 한-중 정상 논의의 상당 부분이 한반도 정세에 할애됐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중단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최근 상황은 (한·중) 양국은 물론, 북한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며 북한이 협상의 판을 깨고 나가지 않도록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국의 입장은 문 대통령 집권 이후 통하는 부분이 더 많아졌다”고 평가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신화통신>도 시진핑 주석이 “중국과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과 이익이 일치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것은 지금의 엄중한 정세에서 의미 있는 ‘중재’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중국뿐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자위적 국방력” 발전을 논의한 데 이어 곧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새 전략 노선을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은 북한에 협상 테이블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모든 것에 준비돼 있다”며 군사적 방안까지 경고하고 있다. 최근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서도 북한과의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고, 남북한 소통도 단절된 상황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미, 남북 대화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현 상황에선, 북한의 비핵화 협상 중단 선언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비롯한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중국의 역할이 핵심적인 국면”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여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나아갈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온 중국의 중재와 설득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에 눈길이 쏠린다. 중국은 안보리 결의안 초안 제출 등 ‘제재’ 문제 해결을 새로운 카드로 삼아 북한을 물밑에서 설득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희옥 교수는 “중국은 제재의 선을 건드리지 않고는 한반도 정세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미 협상의 판이 깨지는 것이 자국에 전략적으로 불리하다는 판단하에 상황을 관리하면서, 한편으로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측면도 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은 북-미 대화의 판이 깨지면 2017년과 같은 북-미의 극한 대치 상황으로 돌아가게 돼, 신냉전구도가 굳어지고 미국이 중국 주변에서 군사력 투사를 늘리게 될 것을 우려해 상황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23일 베이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잇따라 만나 한반도 정세를 논의한 데선 중국의 핵심적 역할과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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