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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6 19:23 수정 : 2019.12.17 02:42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2층 브리핑실에서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북미대화 불씨 살아나나

미 “타당성 있는 단계” 첫 언급
협상 진전 의지 재확인했지만
북한이 대화 나올지는 미지수

북 제시한 ‘연말 시한’도 언급
“크리스마스 평화롭길 바란다”
북 도발행위 자제 메시지도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2층 브리핑실에서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6일 북한을 향해 만나자는 제안을 공개적으로 내놓으면서, 10월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협상이 결렬된 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불씨가 살아날 가능성에 눈길이 쏠린다. 특히 비건 대표가 “타당성 있는 단계” “유연성” “균형 잡힌 합의” 등 북한식 접근법을 수용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점이 눈에 띈다. 다만 그동안 북한이 요구해온 “새로운 셈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하지 않아, 북한이 실제로 대화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날 비건 대표는 한국 외교 당국자들과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서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 협상 진전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비건 대표가 쓴 “타당성 있는 단계”(feasible steps)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미) 양쪽 모두의 목표를 만족시킬 수 있는 ‘균형 잡힌 합의’를 위해 협상에서 ‘타당성 있는 단계’와 ‘유연성’(flexibility)을 가진 여러 창의적 방법을 (북한에) 제공한 바 있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의 이날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대한 미국의 제재 완화 등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단계적·병행적·상보적인 방식으로 교환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대표로 나섰던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9월20일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을 거론하면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feasible)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고 한 것에 조응하는 내용이다.

북-미 협상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북·미가 직면한 대화 단절 국면을 타개해보자는 미국 나름의 방향성을 최대한 성의 있게 표현한 것으로 ‘협상이 재개되면 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말과 연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제재 완화 및 안전보장 등 상응조치를 등가적으로 공정하게 반영해 단계적으로 실천하자고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 입장은 초기에 일괄적인 합의를 한 뒤 이후에 각 단계별로 상응조치를 하고 그마저도 등가 교환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비건 대표의 발언은 북한의 접근법을 수용하려는 진전된 발언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한편, 이날 비건 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확인하고 협상 진행이 트럼프 대통령의 위임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며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도 우리(미국)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한 바 있다”며 “대통령 지시에 따라 우리 협상팀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북한과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동안 북한 관료들이 밝힌 대미 메시지에 대해, 비건 대표는 “적대적이고 부정적이며 불필요”했다며 “북·미가 평양과 뉴욕, 워싱턴, 싱가포르, 스톡홀름, 하노이, 판문점 등에서 한 협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추가 군사 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냈다. 비건 대표는 북한의 13차례 신형 전략무기 시험과 지난 7일과 13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실시한 미사일 엔진 연소로 추정되는 시험에 대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아주 늦지 않았다. 더 나은 길을 택할 능력이 우리 자신의 손에 있다”고 설득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새로운 길’로 가겠다면서 제시한 ‘연말 시한’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마감 시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그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경고한 북한의 언급을 염두에 둔 듯 “1년 중 가장 신성한 휴일”인 크리스마스가 “평화롭길 바란다”며 북한이 도발 행위를 자제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내놨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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