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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9 23:12 수정 : 2019.12.10 02:1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리수용 부위원장 “북은 자극적 표현 안써…트럼프도 막말 중단해야”
김영철도 “트럼프 망령된 늙다리로 부를 시기 올 수도”
트럼프 8일 “김정은 적대적 행동 하면 모든 것 잃을 것”에 응수
하루 사이 2차례 담화 발표, ‘연말 시한’ 앞 미국 움직이기 총력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북한은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직 연말 시한 이후 취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릴 ‘막말’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하루 동안 북한은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 “우리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담화를 낸 지 4시간여 만에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명의의 담화를 냈다. 북한이 미국에 협상 시한으로 설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려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리수용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은 이날 밤 담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기를 점점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트럼프의 막말이 중단되여야 할 것”이라며 “더 큰 재앙적 후과를 보기 싫거든 숙고하는 것이 좋다”고 경고했다. 리 부위원장은 특히 “얼마 안 있어 연말에 내리게 될 우리의 최종판단과 결심은 국무위원장이 하게 되며 국무위원장은 아직까지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라며 “또한 누구처럼 상대방을 향해 야유적이며 자극적인 표현도 쓰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트위터 글을 통해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다. 그리고 그는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게 너무 많다.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나와 강력한 비핵화 합의에 서명했다”며 “그는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로 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긴장 수위를 더 끌어올릴 경우 자신의 재선 가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발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철 위원장은 이날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참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대목”이라며 “트럼프가 매우 초조해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영철 위원장은 그동한 북-미 협상을 지탱한 동력인 정상 간 신뢰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를 강하게 발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북-미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17년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했던 ‘망령든 늙다리’라는 표현을 다시 꺼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나는 트럼프에 대한 우리 국무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영철 위원장의 입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트럼프의 ‘셈법’ 변화에 기대를 해왔는데 트럼프가 계속 기존 입장만 강조하자 실망감을 느끼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호칭도 쓰지 않고 늙다리라는 표현을 쓰면서 정상 간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북한의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고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김영철 위원장은 “우리 국무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을 향해 아직까지 그 어떤 자극적 표현도 하지 않았다. 물론 자제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리수용 부위원장이 “얼마 안 있어 연말에 내리게 될 우리의 최종판단과 결심은 국무위원장이 하게 되며 국무위원장은 아직까지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라며 아직 최종 결정이 남아 있다고 강조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도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어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채 선을 시험하면서 물러설 수 있는 명분을 미국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탄핵 문제로 의회와 대치하는 트럼프는 북한에 ‘기다려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긴장이 한껏 고조된 뒤 극적 타결 가능성도 있지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선을 넘으면 교착 국면이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실장도 “대화의 가능성이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며 “앞으로 일주일 정도 안에 미국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상황이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희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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