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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1 21:42 수정 : 2019.11.12 02:09

[미국 왜 지소미아 연장 총력전 나섰나]

23일 종료 앞두고 문 대통령 ‘양보 불가’
미 국방장관까지 방한해 막판 압박
‘중국 포위’ 한미일 군사협력 핵심
MD 가동·북핵 대응 정보 공유 필수

미, 15일 열리는 안보협의회 기점
인도·태평양 전략 전면참여 선언 요구한 듯
전문가 “면밀 검토 뒤 선별 수용해야”

23일 0시 종료 예정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연장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거세다. 지난주 방한한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15일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을 위해 이번주 서울을 방문하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종료 초읽기에 들어간 지소미아의 연장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5당 대표들과 한 만찬에서 “지소미아 문제 같은 경우는 원칙적인 것이 아니냐”며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지 않으면 섣부른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종료 연기론까지 꺼내며 막판까지 연장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왜 이토록 강력하게 지소미아 연장 ‘총력전’을 펴는 것일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인·태 전략)이란 큰 그림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추진하는 이 전략의 핵심인 한·미·일 군사협력을 진전시키려면 지소미아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미국의 핵심적 목표는 인·태 전략에 한국이 전면적으로 동참하게 하려는 것이고, 그 일환으로서 지소미아 유지와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이 필요한 것”이라며 “미국의 지소미아·방위비 요구는 하위 개념이고, 핵심은 인·태 전략 전면 동참 요구”라고 짚었다. 정부 당국자도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해 지소미아 연장 총력전에 나선 것은 인·태 전략에서 지소미아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는 미국을 핵심축으로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이 바큇살처럼 역할을 했다. 한국과 일본은 기본적으로는 동등한 위치였다. 그런데 인·태 전략에서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중국을 사방에서 포위하는 주도국가(쿼드 블록)가 되고, 그 하위 파트너로서 한국,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 편입되는 구도가 추진되고 있다.

이 구상 아래서 미-일 동맹은 글로벌 동맹으로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데, 일본 아베 정부는 안보법제 제정을 강행하면서 ‘한반도 전쟁 개입’을 염두에 둔 ‘중요영향사태’ ‘존립위기사태’ 개념을 신설해 한반도 개입 가능성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무력공격 조짐이 있을 때 선제공격하려면 지소미아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 발사의 초기 군사정보를 받아야 한다.

2009년 4월과 5월 북한이 장거리 우주로켓과 2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2010년 10월 일본 외무상이 지소미아와 ACSA(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제안하면서 한-일 지소미아 논의가 시작됐다. 2012년 6월27일 한-일이 지소미아 체결에 합의하고 한국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으나, 밀실 추진 논란과 여론의 반발로 취소됐다. 2016년 11월23일 박근혜 정부가 한일 지소미아를 다시 강행해 체결했다.

더 큰 틀에서 보면,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하는 인·태 전략의 중요한 한 축이 한·미·일 미사일방어(MD)인데 이것이 기능을 하려면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틀인 지소미아가 필수적이다. 한·미·일 정보보호약정(TISA)은 북한 핵미사일 정보만 공유하게 돼 있지만, 지소미아는 사실상 제한 없이 모든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미국은 특히 15일 한-미 안보협의회의를 기점으로 한국이 인·태 전략 전면 참여를 선언할 것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반중국 전선 동참을 명확히 하라는 요구다. 지소미아 연장 압박도 이 회의를 기점으로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에도 인·태 전략과 관련한 비용들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한국은 인·태 전략 안에서 한국이 참여할 부분에 대해 미국에 우선 구체적 목록을 요구한 뒤 면밀한 검토를 거쳐 수용할 수 있는 부분만 선별해 응해야 하며,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원칙에 따라 지소미아는 종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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