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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6 20:02 수정 : 2019.11.07 02:44

일본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2019년 11월4일 오전 일본 국회에서 기자단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문희상안 내용은
한·일 기업과 국민이 성금 내고
화해치유재단 잔액 60억 합해
위자료 지급해 갈등 풀자는 안

정부와 논의됐나
문 의장 “정부 알고 있을 것”
민주당 “사전 교감 없어…신중해야”
일본정부는 부정적 태도 보여

피해자·전문가들 우려
“수재민 돕기 하나” 기금안 철회 요구
성급하게 타협안 골몰하기보다
충분히 논의 뒤 해법 모색 주문

일본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2019년 11월4일 오전 일본 국회에서 기자단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으로 한·일 기업과 국민 성금, ‘위안부 기금’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강제동원·위안부 피해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오는 23일 0시로 다가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성급하게 안을 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본보다 한국 안에서 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문 의장은 지난 5일 일본 와세다대 강연에 이어 6일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강제동원과 위안부 피해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형태의 기금을 만드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의장이 제안한 ‘1+1+알파’ 방안은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한국과 일본의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 2015년 한-일 정부 간 합의로 만들어졌다가 해산된 ‘화해·치유재단’에 일본이 냈던 기금의 잔액 60억원으로 대신 부담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재원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가 지급되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대위변제’되는 것으로 간주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이다.

문 의장은 정부 쪽과 논의가 된 것이냐는 물음에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조심스러운 태도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 당과 교감하고 한 제안은 아니다”라며 “정부와 논의해 일본 쪽 분위기가 어떤지, 피해자와 국민이 동의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 강제동원·위안부 피해자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광주 시민단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은 6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 의장이 제안한 기금 설립안을 조속히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과거에도 199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민간 기금을 지급하려다 반발을 산 ‘아시아여성기금’과 2015년 사죄 없이 10억엔을 받는 방식으로 과거사를 봉합하려고 해 국민이 분노했었다”며 “피해자들에게 돈만 지급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과거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이국언 시민모임 대표는 “문 의장은 강제징용 피해 해결을 수재민 등 불우이웃 돕기와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발언은 피해자들에게 대단히 모욕적이고 그동안 지켜온 존엄을 해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10월30일 대법원에서 일본 신일철주금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대법원 앞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씨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어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미명하에 가해국 정부의 입장만을 고려해 화해·치유재단 잔여 기금까지 포함해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일본학)는 “한국과 일본 기업이 성금을 낸다는 보장도 없고 대법원 판결이 나온 상태에서 국민이 그 돈을 낼 명분도 없다”며 “피해자들도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부나 정치권이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 등에 쫓겨 성급하게 타협안 마련에 골몰하기보다는 피해자들과 시간을 갖고 논의하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 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은 “강제동원 등의 문제는 일시적으로 대응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진상조사를 계속하고, 피해자에게 위로금을 주는 등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일본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속에서 협상력도 힘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은 “지소미아는 일본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원칙대로 종료하고, 강제동원 문제는 시간을 두고 피해자들을 여러차례 만나 의견을 듣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 안에 대해선 일본 정부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엔에이치케이>(NHK) 보도를 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일본 기업이 비용을 내는 것이 전제가 돼 있어서, 지금까지 말해왔듯 일본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소연 박민희 김용희 김원철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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