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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4 18:24 수정 : 2019.10.24 21:26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낙연 총리-아베 총리 21분간 회담
“소통채널 마련…협의 속도 낼 분기점”
“강제동원 입장 차 여전, 정상회담 합의 없어”
강 장관 “한-일 강제동원 1+1 기반 다른 요소들 논의해와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왕 즉위식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이낙연 총리는 24일 오전 도쿄 지요다구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21분 동안 회담했다. 당초 면담시간은 10분 정도였지만 이를 넘겨 이야기를 나눴고,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의 친서를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번 회담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7월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한일 갈등이 깊어진 이후 처음 이뤄진 양국 최고위급 대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회담 뒤 “양국 관계가 7월 이후 어려운 국면이 계속됐는데 3개월 반여 만에 총리 회담이 이뤄졌다는 것은 하나의 분기점 같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에는 길(소통채널)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그 길이 깔리면 그 위에서 이뤄지는 대화와 협의는 아무래도 속도가 좀 더 날 수 있지 않겠나”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고위급 대화 복원’을 통한 한일관계 개선의 ‘전환점’ 마련에 대해 평가하면서도,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한일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은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이후 1년여 만에 열린 한일 고위급 회담으로, 한일관계가 ‘숨고르기’를 하고 정상회담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계적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과거사는 과거사 대로 두고, 한·미·일 공조, 북한 문제 등에 대해 협력은 한다는 공감대는 이뤘다”고 평가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국가와 국가 간 약속 준수’를 강조한 아베 총리의 발언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의 모든 배상은 끝났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는 양자 간 입장차를 확인했다. 또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 점에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11월23일 한일 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공식 종료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 압류 자산 현금화(매각) 일정, 11~12월의 다자회담 등을 계기로 한일이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지가 주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국간 핵심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선 이번 총리 회담을 계기로 공식 채널을 통한 대화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4일 한-일 갈등의 핵심 쟁점인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한-일이 그동안 다양한 해법에 대해 논의를 해왔다고 공개하며, “간극이 좁아진 면도 있지만 그 간극이 아직 큰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에서 열린 내신기자 간담회에서 한일 외교 당국간에 한국이 제안한 1+1(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금 조성) 방안을 포함한 다른 요소들을 감안해서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우리의 원칙적인 입장 사법 프로세스가 온전하게 실천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1+1 안 포함해서 그밖에 다른 여런 요소를 고려해서 협의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구체적 협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난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에 대해 한·일 기업과 한국 정부가 각각 역할을 하는 안을 비롯해 여러 아이디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된 강제동원 해법 논의를 공식화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은 “2015년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처럼 양국 정부가 물밑 논의 결과를 갑자기 내놓는 것이 아니라 강제동원 피해자들과의 소통을 통한 해법을 내놓기 위한 방안”이라고 해석했다.

11월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강 장관은 “지소미아 문제는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로 촉발된 문제이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철회돼야 우호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래야 (지소미아를) 재검토할 수 있다”며 “지소미아 결정 자체에 대한 논의는 지금으로서는 일본과 심도 있는 협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지소미아 연장에 대한 요구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 조처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한국도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서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한일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일본 기업 압류 자산 현금화’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과의 교감 아래 현금화 과정을 잠시 ‘동결’하는 방안 또는 일본 정부와 현금화 조치에 대해 사전협의와 조율을 해 한일관계의 추가 확전을 막는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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