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4 12:29
수정 : 2019.10.0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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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차장이 지난 7월 한일관계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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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엔대표부 국감 질의에
해당 외교관 “김 차장 숙소서 지적 있었다”
유엔총회 기간 한-폴란드 정상회담때
김차장 배석 못한 문제인듯
김현종-외교부 ‘갈등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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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차장이 지난 7월 한일관계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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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당시 주유엔대표부 소속 서기관급 외교관이 의전 실수를 이유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3일(현지시간)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열린 국회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종 차장이 의전 실수를 문제 삼아 외교관의 무릎을 꿇게 한 사실이 있느냐. 사죄한 외교관이 누구냐”면서 해당 외교관에게 손을 들 것을 주문했다. 정 의원의 요구에 국감장에 배석했던 주유엔대표부 소속 한 서기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차장이 숙소로 불렀냐는 정 의원의 질의에 해당 서기관은 ”숙소로 갔다. 방으로 갔다”고 답변했다. 정 의원은 ”의전 실수를 한 것을 김 차장이 심하게 질책했죠”라고 물었고, 해당 서기관은 “심하게 질책(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지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정 의원이 “김 차장이 고성을 지르면서 질책한 게 맞느냐”고 하자 이 서기관은 “제가 그 상황에서 부당하다고 느꼈거나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보고했을 텐데 그런 건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열린 한-폴란드 정상회담에 배석할 예정이었으나 비표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고, 이에 담당 외교부 직원을 불러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차장이 의전상 실수를 지적하며 질책하자, 해당 외교관이 사과를 하는 과정에서 무릎을 꿇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의 의도와 상관 없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차장이 다른 부처에 속해있는 실무 직원을 직접 불러서 질책하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빚어진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의원은 “(해당 서기관은) 청와대 직원이 아니고 (김 차장의) 직속 부하도 아닌데 방으로 불러서 (무릎을) 꿇렸는지 꿇었는지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 되느냐”면서 조태열 주유엔 대사에게 “보고를 받았느냐”고 물었고, 조 대사는 “그런 구체적인 것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유엔총회와 관련한 세부 사항에 일일히 확인 드리기 어렵다” “국감에서 의원께서 질의하고 답변한 상황에 대해, 이례적인지 아닌지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최근 김현종 차장과 외교부의 ‘갈등설’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17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도 강경화 장관에게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당시 김 차장이 외교부 직원을 질책하자, 김 차장과 영어로 언쟁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고 강 장관은 “부인하지 않겠다”며 시인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현종 차장은 지난달 18일 트위터를 통해 “외교안보라인 간 이견에 대한 우려들이 있는데,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제 자신을 더욱 낮추고 열심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차장이 ‘부덕의 소치’를 언급한 지 닷새 만에 유엔총회에서 또다시 외교부 직원에 대한 이례적인 질책이 있었던 셈이다.
한편, 청와대는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의전 실책·실수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최근 의전 시스템 전반에 관한 실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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