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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22 21:27 수정 : 2019.04.22 23:46

미국,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
이란 이슬람정권 붕괴 겨냥해 트럼프 행정부 강경파가 주도
이란 강경파 입지 키우는 역효과도 “적대적 공생관계 강화”
원유 공급 불안정 키워…미국 원유 선물값 6개월만에 최고

지난해 11월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란산 원유 거래 차단 등 이란에 대한 전면적 경제 제재를 발효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이 한국·중국·일본 등 8개국에 한해 허용했던 이란산 원유 수입 예외 조처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은 강력한 제재로 이란을 굴복시키려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미국 강경파의 승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이란의 주요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어 정권의 돈줄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대이란 압박 강화가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며 이란의 행동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들이 이란 이슬람 신정체제의 붕괴를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란 정규군인 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바 있다. 외국 정규군 가운데는 전례가 없다. 장기적으로 중동 정세의 긴장이 고조되고, 국제유가도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이전에는 이란산 원유 수입량 감축 조건을 지키면 제재 예외를 인정해주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갑자기 태도를 바꿔 제재 예외를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가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미 행정부 내 강경파의 결정으로 보인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이 이란과 맺은 핵합의(JCPOA)로 이란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는 유예된 상태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를 탈퇴하면서 미국의 독자 제재가 복원됐다. 이후 이란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화폐가치가 떨어져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8일(현지시각) ‘군대의 날’을 맞아 군사행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외국 정규군으로는 처음으로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뒤 처음 실시된 이날 군사행진에는 혁명수비대의 육해공 전력이 총동원됐다. 연합뉴스

하지만 제재는 역설적으로 이란 내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했다. 심각한 경제위기에 항의하는 서민들의 시위도 벌어지지만, 이란 보수층은 경제난의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리며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가 최근 사법부 수장이자 전문가의회 부의장이 되면서 급부상하고 있고, 이란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인 쿠드스 부대의 사령관인 카심 술레이마니의 입지가 강해지면서 군부의 영향력 강화를 상징하고 있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는 “미국의 강경보수 진영과 이란 강경보수 진영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형성해 미국 강경파는 국제사회에서 반이란 연대를 구축하려 하고 있고, 이란 보수 진영도 미국을 비난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을 옥죄고, 이란 강경파가 보복조처에 나설 경우 중동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국제유가는 예상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내 석유업계 관계자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 조처 등 때문에 국제유가가 상승하던 중에 원유 공급 불안정성이 커지게 됐다.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는 국제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와 동시에 또 다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이번 결정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팀 내에서도 유가 전망을 둔 논란이 있었다고 <블룸버그> 뉴스는 전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 허용 예외가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기 시작한 22일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73.76달러로 2.5% 올랐고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도 배럴당 65.87달러에 거래되는 등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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