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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2 18:36 수정 : 2019.04.12 22:11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겸한 업무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워싱턴/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미 정상회담서 대화 동력 살려
3차 북미회담 개최 가능성 확인
문 대통령 “조만간 남북회담 추진”
트럼프 “북 입장 조속히 알려달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겸한 업무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워싱턴/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확인하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멈춰선 북-미 대화의 동력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을 목표로 지난해 시작된 남·북·미 정상의 삼각축 릴레이 외교 프로세스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한미→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순으로 다시 시동을 건 셈이다.

이날 낮 116분에 걸쳐 진행된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꺼낸 복안은 “조만간 남북정상회담 추진 계획”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앞서 하노이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직후(2월28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전화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알려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에 한-미 정상회담 전 남북 정상이 ‘원포인트’ 회담을 개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북쪽이 하노이 회담 평가 등 내부 정비에 집중하면서 불발했다.

미국 쪽이 동의하는 모양새로 남북정상회담 추진의 동력을 확보한 문 대통령은 조만간 대북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북쪽과 공유하고 북-미 대화로 향하는 징검다리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할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귀국하면 본격적으로 북한과 접촉해 조기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어떤 형태로든 남북정상회담이 조기에 성사된다면 북-미 대화 재개에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비핵화 전 대북 제재 해제 불가’라는 미국 쪽 입장에 변함이 없는 상태에서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원포인트’ 회담 제안에 선뜻 화답할지가 관건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7기 4차)에서 미국의 대북 제재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한 점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대목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뒤 열리는 만큼,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양쪽 모두 반드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밑작업을 하리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3차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3차 정상회담이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회담 뒤 백악관이 낸 발표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두 정상이)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그러나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방법론에 대해서는 완벽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제3차 북-미 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를 밝힌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단계적(스텝 바이 스텝)이다. 빨리 진행되면 제대로 된 합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지 않을 경우 동력 상실을 우려하는 문 대통령의 시간표와, 속도조절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간 전략’이 다소 어긋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선 문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최소한 ‘영변 핵폐기 플러스알파’의 조처를 끌어내야 한다.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는 방법론을 두고서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징후들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과 대비되는 문 대통령의 이른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합의)에 대한 질문에 “지금 우리가 말하는 것은 빅딜”이라며 “빅딜은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며,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서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서 매우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의 기회가 됐다”고만 밝혔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제기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살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한-미 양국이 인식을 공유했다”고 짚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부에서 제기되는 한-미 간 불화설을 해소하는 일차적 목표는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적은 방명록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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