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8 19:02
수정 : 2019.04.08 21:18
|
4월8일 정식 개통한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과 북한 만포 간 국경 다리. 관광객 등을 태운 버스가 정식 개통 후 처음으로 중국에서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제재 효과 엇갈린 신호
평양 아파트값 폭락 한편
쌀값 kg당 4500원 안정세
“미 강경파들의 오산”
시장 발달이 제재 충격 흡수
국경 1400㎞…밀수 통제 불가
“북 10년은 버틸 수 있다” 평가도
“북에 긍정적 메시지 줘야”
계속 제재만 강조하면
북 결국 강경노선으로 나아가
|
4월8일 정식 개통한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과 북한 만포 간 국경 다리. 관광객 등을 태운 버스가 정식 개통 후 처음으로 중국에서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북-미 비핵화 협상을 다시 궤도에 올릴 방안을 찾기 위해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행정부의 ‘제재 만능론’이 확고한 ‘도그마’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제재 일변도의 접근법이 항복에 가까운 북한의 비핵화를, 그것도 조기에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제재 만능론’을 두고선 여전히 논란이 적지 않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2016~2017년 부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의 민생 관련 분야 해제를 요구한 이후 미국 강경파들은 제재의 고삐를 더욱 조일 태세다. 지난달 21일 재무부는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기업 등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에도 “제재는 우리가 약 2년 전 제시한 궁극적 목표(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교역 통계를 보면 2018년 북한의 대중 수출은 2억2천만달러로, 전년도의 16억5천만달러에 비해 87%나 급감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33% 감소한 22억4천만달러였다. 외화난으로 북한의 신흥부유층인 돈주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지난해 8월 이후 평양의 고급 아파트 가격이 30% 정도 폭락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비해 단기적으로 북한 경제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반대의 신호도 감지된다. 1달러에 북한돈 8천원 선인 환율과 ㎏당 4500원 정도인 쌀값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 가격 같은 한두개의 특정 지표만으로 대북 제재의 효과를 과장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아파트값이 최근까지 너무 올랐기 때문에 조정되는 측면도 있고, 거래가 줄고 가끔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폭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타격을 입었는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제2의 고난의 행군’ ‘올 상반기 안에 북한 외환보유고 바닥’ 등의 주장 등도 근거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시장의 발달이 제재의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상황에 정통한 베이징의 외교 전문가는 “고난의 행군 때와는 달리 북한 곳곳에 시장이 발달했기 때문에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 북한 정권이 ‘버티기’를 선택한다면 10년은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제재 때문에 시간에 쫓기고,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미국 강경파들의 판단은 오산”이라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1400㎞에 이르는 북-중 국경지대에서 밤에 몰래 넘어가는 밀수 차량까지 막을 수는 없다. 미국이 해상 환적을 막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이런 부분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하노이 합의 무산 이후 시장에 주는 심리적 충격에 주목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양 교수는 “돈주를 비롯한 북한 경제주체들이 하노이 회담에서 제재가 풀릴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합의가 무산된 것을 알고 제재가 풀리기 어려워지겠구나 실망하고 대비를 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의 타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재 만능론’이 애초의 의도와 달리 북한을 비핵화 협상의 궤도에서 되레 이탈시키고 강경파에 힘을 실어 북한의 핵 능력만 강화시키는 ‘나비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해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후로 북한 엘리트층에서 비핵화에 대한 반발과 찬반 논쟁이 격렬했다”며 “미국이 계속 제재만 강조하고 긍정적 메시지를 주지 않는다면, 북한이 결국 강경 노선으로 나아가면서 미-북이 다시 긴장과 충돌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