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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31 12:15 수정 : 2019.03.31 21:27

한겨레 자료사진

1987년 KAL858기 외교문서 공개
정권, 대선 전 김현희 송환에 주력
“안 되면 바레인 정부 조사처리하는
식으로 손 터는 문제도 고려해볼 수”

한겨레 자료사진
1987년 KAL858기 사건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두환 정권이 바레인에 붙잡혀있던 김현희를 대선 전에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노력했던 정황이 1987~1988년 외교문서를 통해 재확인됐다. 대선 전 김현희를 송환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아예 바레인에 아예 잔류시키는 방안도 고려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내용은 31일 외교부가 공개한 30년 경과 외교문서 1620권(약 25만쪽)에 담겨있다.

1987년 11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우고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858편 비행기가 실종됐다. 전두환 정권은 범인으로 지목된 김현희(하치야 마유미)가 붙잡혀있던 바레인에 박수길 당시 외교부 차관보를 특사로 파견했다. 태국과 미얀마 일대에서 수색이 이뤄졌으나 기체 잔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확정적 증거는 없지만 북괴 외에 누가 이같은 소행을 저지르겠냐”고 심증을 굳혀갈 당시(12월8일) 박 차관보는 주바레인 미국대사관 쪽이 제공한 언론인 제보를 보고했다. 내용은 ‘바레인 외무장관은 하치야 신이치와 마유미가 바레인에서 음독자살을 기도하며 사용했던 앰플 독약물이 반드시 북괴제조라고 단언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마유미가 KAL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보고있다는 것이었다.

바레인 외무장관은 12월9일 박 차관보와 면담에서 “(마유미) 인도문제 해결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도 “국제여론의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 마유미의 신원확인 등 보다 구체적인 증거를 한국 쪽이 문서로 제출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전두환 정권은 김현희를 대선 전 송환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으나 막판까지 바레인 쪽은 주저했던 것으로 보인다. 12월10일까지도 바레인 당국 실무자선에서는 “KAL기의 잔해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현희의) 인도가 성급하다는 이야기도 없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박 차관보는 “마유미가 늦더라도 (1987년 12월) 15일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비행기의 내왕시간을 고려하는 경우 12일까지는 인도통고를 주재국으로부터 받아야 하므로 주재국(바레인)으로부터 받아야 한다”며 “시일이 천연될 경우에는 차라리 바레인 정부가 조사처리하라는 식으로 손을 터는 문제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박 차관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외교문서에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대선이 1987년 12월16일이었던 만큼 이같은 논의가 진행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박 차관보는 바레인이 애초 합의한 김현희의 이송(12월13일 저녁 8시)을 5시간 앞두고 이송을 연기 통보하자 “우리도 국내 사정으로 말미암아 마유미를 언제나 인수할 수 있는 입장은 반드시 아니다”라며 바레인 쪽을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바레인 내무장관은 박 차관보에세 ‘이유는 밝힐 수 없다’면서 이송계획을 24시간 연기한다고 통보했는데, 결국 하루 뒤 김현희의 이송이 승인돼 김현희는 전두환 정부 계획대로 대선 전날인 1987년 12월15일 한국에 도착했다. 전두환 정권이 이 사건을 대선에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정황은 앞서 지난 2006년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공개한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북괴 음모 폭로공작(무지개공작)' 계획 문건 등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막판에 바레인이 김현희의 인도를 결정한 데 미국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박 차관보는 그에 앞서 미국이 ‘김현희 인도 지연’에 개입했을 수 있다고 의심하는 내용의 전보도 보냈다. 박 차관보는 “마유미의 인도가 선거 이후로 되도록 미국이 바레인 측에 작용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니 마유미 인도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에 너무 소상한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김지은 박민희 노지원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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