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14 07:38
수정 : 2019.02.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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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10일 출국을 위해 서울 한 호텔을 나서며 환하게 웃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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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영변핵 폐기’ 의사 재확인
핵사찰 상응조처 ‘일부 제재완화’ 요구
정부 소식통
“북, 미국 대응 따라 ‘더 통큰 조처’도”
미, 핵 사찰 ‘종전선언’ 카드 올려
‘영변+α’ 땐 제재완화 고려 내비쳐
비건 “정상회담 전 일부 합의 가능성”
북-미 ‘핵 담판’ 줄다리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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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10일 출국을 위해 서울 한 호텔을 나서며 환하게 웃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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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주 평양에서 이뤄진 첫 북-미 실무회담에서 북쪽은 영변 핵시설 사찰을 대가로 대북제재의 부분적 완화를 요구한 반면 미국은 종전선언을 상응조처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주로 예정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의 2차 실무회담과 2월말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양쪽이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북-미 협상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6~8일 평양에서 진행된 1차 북-미 실무협상에서 김 특별대표는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를 재확인하면서 영변 핵시설 사찰에 대한 상응조처로 대북제재의 부분적 완화를 요구했다. 북쪽은 상응조처로 미국이 부분적으로나마 제재를 완화하면 “더 통 큰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비건 특별대표가 테이블에 올린 카드는 “종전선언”이었다고 한다. 영변 핵시설 사찰 완료 단계에서 종전선언을 맞바꾸겠다는 것이다. 공개석상에서와 마찬가지로 비건 특별대표는 “제재 완화나 해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신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알파’의 조처를 하면 제재 완화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은 양쪽이 미국의 상응조처를 둘러싼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북쪽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들어 ‘일부 제재 완화’를 영변 핵시설 사찰의 상응조처로 제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외교가에서 회자되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일부 제재 완화·면제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97호의 대북 원유 공급 상한제 완화 등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종전선언의 경우 여전히 북한에 나쁘지 않은 카드라고 풀이되나, 북쪽에선 미국이 종전선언을 제재 완화의 대체재로 삼을 것을 우려해 적극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적 옵션’이 사라진 현재 북한을 압박할 유일한 수단이 ‘대북제재’라는 인식이 강한데다 ‘번번이 북한에 속아왔다’는 미 조야의 비판적 접근 때문에 되도록이면 제재는 손대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종전선언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제재를 풀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은 확고하다”면서도 “북한이 종전선언만을 받고 영변 핵시설 폐기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 만큼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등에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미국이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부분 재개 등 남북협력사업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대북제재 틀에 손을 대지 않으면서도 내줄 수 있는 조처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강산관광은 개별적으로 진행될 경우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저촉되지 않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아울러 영변 핵시설의 검증 가능한 사찰 자체의 중요성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의 가치를 낮춰 보는 것과 달리 한·미 당국은 북한 핵시설의 70%가량을 차지한다고 알려진 영변 핵시설 폐기의 의미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 영변 핵시설의 플루토늄, 고농축 우라늄 ‘샘플링’과 풍계리 핵시험장에 대한 사찰·검증이 함께 이뤄진다면 영변 밖의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잠재적 분석도 일정 정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비건 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등과 만나 “이견을 좁히는 것은 다음 회의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정상회담까지 2주밖에 남지 않아 난제를 모두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만 일정한 부분에서 합의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영변 핵시설의 신고·사찰·검증·페기의 범위와 미국의 상응조처를 둘러싼 양쪽의 줄다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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