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9 21:11
수정 : 2019.01.29 21:31
워싱턴 타임스 “사회기반시설 등
한·일·EU에서 자금 받아 지원”
복수 외교 소식통들 관측 내놔
비건-김혁철 설연휴 전후 만날 듯
비핵화-상응조처 조율 시도 전망
비건, 31일 스탠퍼드대 찾아 강연
전문가들과 협상 전략 정비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로 남북 경제협력 ‘패키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양쪽의 실무협상도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전망돼 북-미가 2월 말 정상회담 준비에 속도를 낼 채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보수 성향 일간지인 <워싱턴 타임스>는 28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를 향한 구체적인 조처를 취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특별 ‘경제 패키지’ 구상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계획을 잘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의 대북 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 구상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구상이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북한의 사회기반시설과 개발 프로젝트에 사용될 수십억달러 규모의 현금 제공 약속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비핵화 프로세스에 구체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자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김 위원장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외교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수차례 언급한 비핵화한 ‘북한의 밝은 미래’ 상을 구체화하는 작업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경제적 보상으로 화답하리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 일종의 ‘에스크로 계좌’(Escrow Account)를 만드는 방식을 포함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지만, 외교가에선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에스크로는 특정한 계약이 완전히 이행될 때까지 서류나 돈을 보관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과거 미국은 이란 핵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제재로 몰수된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활용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양쪽의 실무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혁철 전 주스페인 대사와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처음 인사를 나눈 뒤 두번째 대면이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김 전 대사와 비건 특별대표가 설 연휴 전후에 만나 비핵화와 상응조처 등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조율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이르면 이번 주말에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훈 국정원장도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미 실무협상에서 경호·의전 등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실무 준비와 함께 공동선언문 문안 정리 조정을 위한 의제 조율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고 이혜훈 정보위원장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번 북-미 실무협상을 통해 2차 정상회담의 구체적 날짜와 장소가 확정될지도 관심사다. 한 외교 소식통은 “2월 말 개최라는 시간표에는 변동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장소를 놓고 양쪽의 최종 조율이 안 끝난 듯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비건 특별대표가 오는 31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의 스탠퍼드대를 방문해 이 대학의 월터 쇼런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향한 미국의 노력에 관해 강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스탠퍼드대는 비건 특별대표가 이 강연 뒤 청중 앞에서 한반도 전문가인 이 대학의 로버트 칼린 국제안보협력센터 연구원과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는 북-미 막후 조율에서 핵심 역할을 하다가 지난해 말 은퇴한 한국계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방문학자로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과의 실무협상에 앞서 미국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재확인하며 전략을 정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김지은 기자
jayb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