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7 21:22
수정 : 2019.01.27 21:47
대북 강경파…50일만의 발언
2차 북미 정상회담 ‘견제구’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5일(현지시각) “우리가 북한에 원하는 것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에 대한 의미있는 신호”라고 말했다. 북-미가 워싱턴과 스웨덴에서 잇달아 실무협의를 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번째 회담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볼턴 보좌관은 최근 <워싱턴 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우리가 그 비핵화를 얻었을 때 대통령이 제재 해제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비핵화 회담에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고 한 것을 두고, 볼턴 보좌관에게 구체적 진전 사항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사실을 반복해 언급했다고 전제한 뒤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에 대한 의미있는 신호”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최근 북-미 회담을 두고 “진전이 있었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한동안 북한·북핵 문제 관련 발언을 자제하던 볼턴 보좌관이 50일 만에 등판해 “핵무기 포기”를 입에 올린 배경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 대북 강경파로 ‘선 핵 포기’를 주장했던 볼턴 보좌관도 1차 북-미 정상회담 뒤인 지난해 8월 이후 관련 언급을 공개석상에서는 삼갔다. 대신 “핵 프로그램 포기” 등의 표현을 썼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 대북 강경 인사인 볼턴 보좌관이 최근 북-미 협상 현황에 대한 의구심을 표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고위급회담과 실무협의를 한 북-미가 ‘내용적 측면’에서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알려져, 2차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데 대한 견제라는 풀이다. 양쪽이 북한의 핵물질 생산 중단·신고의 대가로 인도적 지원 재개,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및 부분적 제재 완화에 합의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한 소식통은 “미국 조야에서는 (초기 조처라 하더라도 핵) 동결만으로는 턱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미국도) 국내 여론을 설득할 수 있는 ‘세일즈 포인트’가 필요해 (북한을)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가 2차 정상회담을 열 것으로 보이는 2월 말까지 양쪽이 좁히지 못한 간극을 둘러싼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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