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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21 18:30 수정 : 2018.11.21 22:54

문정인 특보. 부산/박종식 기자

14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기조 강연 및 토론

문정인 특보-와다 하루키 교수
‘한반도 비핵화 상상력 중요’
문제의식은 같지만 해법엔 차이
와다 “남북관계 속도 조절 필요”
문정인 “속도 조절론 수긍 안돼”

문정인 특보. 부산/박종식 기자
“냉전 패러다임과 강대국 결정론을 뛰어넘어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상상력이 없이는 평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어차피 꿈을 꾸지 않으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실현될 수 없다. 지금은 꿈을 꿀 때이다.”(와다 하루키 도쿄대학교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부산/박종식 기자
2018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첫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정세를 대전환의 길로 돌려세웠다. 남·북·미 정상이 이끈 삼각축은 한반도를 전쟁 위기가 아닌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모색하는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세계사에 획기적으로 남을 일”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북·미의 비핵화-관계정상화 협상도 속도를 내리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 오랜 적대와 불신의 뿌리 깊음을 목도하고 있다. ‘비핵화-관계정상화’라는 대전제를 공유하는 북·미가 방법론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멈추지 않아 정세 진전의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문정인 특보는 현재 북-미 간 교착 상태가 △‘비핵화 먼저, 제재 완화 나중’-‘비핵화·제재완화 동시 행동’과 △핵신고·사찰-종전선언 문제를 두고 맞선 북·미의 견해차를 둘러싼 차이 △‘9월 평양공동선언’ 뒤 남북관계 활성화에 비해 더뎌진 북-미 관계의 불균형 등 세 측면의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와다 교수와 문 특보는 21일 부산 누리마루 아펙(APEC) 하우스에서 열린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의 문을 여는 기조강연과 토론에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이루려면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반도 정세에 돌파구가 긴요한 시기에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석학의 기본적 문제의식은 같았다. 현실의 난관에 주저앉지 말고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제시한 구체적 해법엔 차이가 컸다.

와다 교수는 ‘미국의 협력과 일본의 참여’를 문제 해결의 필요충분조건으로 꼽았다. 그는 “동북아의 평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도 진전되지 않는다”며, 동아시아 평화를 추동할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또는 동북아시아 공동체)에 “미국이 꼭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일본이 참가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며, 남북과 일본이 협력하면 미국과 중국·러시아까지 포괄해 북-미 간 평화를 유도하는 보장 장치를 만들 수 있다고 제언했다.

와다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가 북-미 관계를 앞질러서는 안 된다’는 미국 쪽의 이른바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속도는 올려야 한다”면서도 “속도를 너무 올리면 실패할 것이다. 속도 조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특보는 못을 박듯이 “속도조절론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이후 불거진 북-미 교착을 남북 정상이 9월 평양 회담으로 푼 사실을 환기시키며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를 추동할 수 있다고 짚었다. 문 특보는, 미·중의 패권경쟁과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속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전될 수 있겠냐는 원동욱 동아대 교수의 다소 비관적인 문제제기엔 “미국이라는 패권국을 상대로 한 우리의 자율성은 국민적 합의 여부에 달렸다”며 “보수·진보의 대립을 넘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미국의 반대·견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미국 의존을 피할 수 없지만, 한반도에 평화가 오면 동맹 대신 집단안보체제, 곧 포괄적 안보체제를 만들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9·19)에 따라 1일부터 실시된 적대행위 중지 조처가 ‘일방적인 무장해제가 아니냐’는 한 부산 시민의 질문에 “무장해제가 아니라,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위한 운용적 군비통제 조처”라고 답했다.

토론자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지금이 한반도 평화 구축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며 “(한반도가 미·중) 강대국의 대결의 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회를 맡은 백준기 통일부 통일교육원장은 “북한을 냉전의 패배자로 낙인찍기보다는 동아시아와 세계 질서의 행위자로 적극 끌어들여 북한의 제도화를 이끄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부산/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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