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22 16:52
수정 : 2018.07.2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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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정면 가운데)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정면 왼쪽 두번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을 대상으로 한반도 정세 브리핑을 열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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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뒤 비핵화 협상 제자리걸음
한-미 외교, 유엔 안보리 이사국 브리핑서
“완전한 비핵화까지 대북 제재 유지돼야”
폼페이오 “엄격한 제재 이행이 중요”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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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정면 가운데)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정면 왼쪽 두번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을 대상으로 한반도 정세 브리핑을 열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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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자 미국이 대북 제재의 고삐를 죄는 방식으로 정체 국면 돌파를 모색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을 대상으로 한-미 외교장관이 정상회담 이후 현황을 공유하는 한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는 대북 제재 틀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각) 강 장관과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 공동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안보리 이사국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했듯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요구에 단결해 있다”면서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엄격한 제재 이행이 주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보리 이사국들, 더 나아가 유엔의 모든 회원국들은 만장일치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전면적으로 이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우리는 그들이 계속 그 약속을 지켜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제재가 이행되지 않을 때, 성공적인 비핵화의 가망성도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협상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중국, 러시아 등의 제재 완화 움직임을 차단하고, 대북 협상력을 재고하기 위한 조처로 해석된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들을 일일이 나열하며 대북 제재의 전면적 이행을 강조한 점은 눈길을 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금 북한은 유엔이 정한 상한선을 훨씬 넘는 석유제품들을 북한으로 불법 밀수하고 있다”면서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 환적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환적은 올해 첫 다섯 달 동안 최소 89차례 이뤄졌으며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은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게 불법 선박 대 선박 환적을 막는 책임이 있음을 상기시키는 바이며, 그들이 이행 노력 또한 배가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과 공동 회견에 나선 니키 헤일리 미 유엔대표부 대사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모든 정유제품의 추가 제공 중단을 요구했으나 어제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막았다”며 “우리는 오늘 중국과 러시아가 이 상황에서 좋은 조력자로 남도록 압박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주유엔대표부가 미국이 앞서 제기한 북한의 정유제품 밀수 의혹에 대해 ‘의혹 조사’ 시간을 요구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밖에도 해상을 통한 북한의 석탄 밀수, 국경을 통한 밀수를 비롯해 북한 노동자들이 여전히 일부 국가에 존재하는 점도 짚었다. 그는 또 “북한의 사이버 도둑과 다른 범죄 행위들이 정권을 위해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이런 것들도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에 전망에 여전히 긍정적이라면서도 북한이 유엔에 ‘친구’로 서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제재 이행이 필요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입증하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길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정말 꽤 간단하다”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이어 “(비핵화의) 범위와 규모는 합의돼 있다. 북한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김 위원장이 세계에 자신이 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 공동브리핑에 앞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연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대북 제재 유지 기조에 같은 입장임을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을 견인해내기 위해 국제사회가 단일한 목소리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제재는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잠정 중단 의사를 밝히면서도 대북 제재에 대해서 만큼은 비핵화의 구체적 행동이 있을 때까지 완화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북-미가 대화를 이어가며 미 행정부에서 ‘최대의 압박’과 같은 표현이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점에 비춰볼 때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는 분명한 계산이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비핵화 협상이 진척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답답함과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실제 미국 언론들은 21일(현지시각) 미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적으로는 비핵화 협상에 대한 실망감과 초조함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실제 협상에 들어서며 ‘현실 인식’을 하게 돼, 최근 공개적으로 “비핵화 협상의 시간표는 없다” “협상이 진전하고 있다”는 등 속도 조절용 발언을 하고 있지만 언제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날지 모른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북-미 관계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작년엔 제재에 싱가포르 회담 계기로는 대화에 몰입했다”면서 “지금은 대화만 하는 게 아니라 비핵화 대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현실적이고 정교한 협상의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을 불러 대북 제재를 재확인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제재가 미국의 가장 강한 레버리지(지렛대)이기 때문에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완화한다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최근 제재 완화 분위기 등에 미국이 단속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미국은 현재 북한을 다룰 수 있는 부분은 김정은 위원장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부분, 즉 대북제재와 관련됐다고 보기 때문에 기존의 제재를 유지 강화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비핵화로 끌어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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