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17 18:28
수정 : 2018.07.17 20:03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 금수품목 지정
지난해 10월 러시아 거쳐 선박 2척 입항
한국 수입 업체 관세법 위반 혐의받아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석탄 9천톤이 러시아를 거쳐 지난해 10월 국내에 반입돼 정부가 조사 중인 것으로 17일 파악됐다. 북한산 석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8월 대북제재(2371호) 조처로 수출입을 금지한 품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7일 기자들을 만나 “유엔 (대북)제재위 패널에서 여러 정보상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를 경유해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보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지난 4월 연례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북한산 석탄을 실은 파나마 기국의 ‘스카이 엔젤’호와 시에라리온 기국의 ‘리치 글로리’호가 각각 지난해 10월2일과 11일에 인천과 포항으로 입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7∼9월 6차례에 걸쳐 북한 원산항과 청진항에서 석탄을 실은 선박이 러시아 홀름스크항으로 이동해 석탄을 하역했다. 그리고 같은 곳에서 리치 글로리호에 실려 들어온 석탄(5000톤)은 톤당 65달러로 계산돼, 모두 32만5천달러어치가 반입됐다. 보고서엔 인천으로 들어온 석탄 물량은 적시되어 있지 않았으나 외교부 당국자는 “4000톤 정도”가 반입됐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두 척 다 (북한산 석탄을 싣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정보가 입수되기 전에 수입 신고 및 신고 접수가 완료돼 배의 도착과 동시에 (석탄이) 하역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입항과 동시에 두 척에 실린 9000톤의 북한산 추정 석탄이 적법한 절차를 밟고 반입돼 유통됐다는 얘기다. 수입 신고서에는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 당국자는 석탄이 러시아를 거치며 러시아산으로 둔갑했을 가능성에 대해 “그런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북한산 석탄이 한국으로 반입됐느냐는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해당 선박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 현재는 한국 수입업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세청에서 관세법에 따라서 부정수익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가 석탄이 북한산이라는 점을 인지한 상태에서 수입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산 석탄의 수출입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는 ‘북한은 자국 영토로부터 또는 자국민에 의해 또는 자국 선박이나 항공기를 사용하여 석탄, 철, 철광석을 직간접적으로 공급, 판매 또는 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모든 국가가 북한을 원산지로 하는지와 관계없이 자국민에 의해 또는 자국 국적 선박이나 항공기를 사용하여 북한으로부터 해당 물질 조달을 금지토록 결정'한다고도 정하고 있다. 한국의 독자 조처로는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뒤 남북 간 교역을 금지한 5·24 조처가 있다.
북한산 석탄이 남쪽으로 반입된 게 최종 확인된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정부가 결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어서 책임 소재를 물을 사안은 아니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한국 업체를 제재 대상으로 올릴 수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 등 안보리 이사국 15개국의 합의가 필요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산 의심 석탄의 국내 반입과 관련해 이날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대북 제재위원회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조하에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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