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19 19:57
수정 : 2018.06.20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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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 장관은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가 ‘전시 여성 성폭력'이라는 굉장히 심각한 인권문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외교부로서 곧 발표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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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19일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 이니셔티브 출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전시 성폭력 철폐 기여 표방
일본 항의 의식한듯 비공개 전환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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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 장관은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가 ‘전시 여성 성폭력'이라는 굉장히 심각한 인권문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외교부로서 곧 발표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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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가 ‘전시 여성 성폭력'이라는 굉장히 심각한 인권문제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외교부로서 곧 발표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2015년 12월28일 한-일 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와 관련한 정부 후속 조처의 진척 상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강 장관은 “아마 이번 달 안으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 1월9일에도 강 장관은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후속 조처를 밝히는 자리였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자 차원을 넘어 전시 여성 성폭력에 관한 보편적 인권 문제”라며 “인류 역사의 교훈이자 여성인권 증진 운동의 국제적 이정표로 자리매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합의는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정부 입장도 함께 밝혔다.
19일 오후 3시,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1층 로비에 마련된 국민외교센터에서는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 이니셔티브(initiative)가 출범했다. 강 장관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계획’의 실체였다.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분쟁하 성폭력 철폐에 기여”와 “여성·평화·안보 의제의 국제적 논의 진전”을 출범 목적으로 설명했다. 아울러 1990년대 보스니아, 르완다 등에서 대규모로 발생한 조직적 성폭력을 계기로 200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된 결의 1325호 이후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자리매김한 ‘여성·평화·안보’ 분야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기 위한 목적도 있음을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의 연관성은 “(우리 정부는) 특히 분쟁하 성폭력 문제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간접적 언급 정도로 처리됐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가 우회적으로 일본 정부를 압박하려는 조처라는 해석이 나왔다. 강 장관의 앞선 발언이 아니었어도,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계획’에서 강조한 ‘분쟁하 성폭력’의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눈길을 끈 것은 외교부가 이날 출범 행사를 ‘조용하게’ 치른 점이다. 출범 행사는 자문위원 등 참석자 단체사진 촬영만 허용되고 이후 비공개로 전환했다. 통상 행사에 앞서 공개하는 주요 인사들의 ‘머리 발언’도 내놓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보도자료가 충실하게 나왔다. 행사를 모두 공개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외교부 1층 로비에 통유리로 설치한 ‘국민소통센터’을 행사장으로 정해놓고 출입과 취재를 제한한 셈이다.
일본의 반발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강 장관의 전날 발언에 대해 “(2015년 한-일 정부 간) 합의 정신에 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된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한다. 진의를 제대로 확인하겠다”면서도 “이런 것이 계속되면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드는 것이 어렵게 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쪽에 전달된 한국 정부의 ‘메시지’가 꽤 선명했음을 방증한다.
‘외교적 고려’는 중요하다. 하지만 행위의 목적과 정당성이 뚜렷하다고 강조하면서 한편에선 조용히 행사를 치르려는 ‘외교적 눈치보기’의 이익이 그만큼 클지는 의문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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