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3.29 21:20 수정 : 2018.03.29 23:09

전문가들, 한반도 정세 진단

‘단계적·동시적’ 방안은?
미 체제보장 조치수준 높으면
북 핵폐기 수준 높다고 밝힌 것

북-중 정상회담 의미
북, 회담 주도권 뺏기지 않으려는 것
미 강경파 기용에 대응카드 성격

한반도 정세 어디로
비핵화 협상 잘게 쪼개는 ‘살라미’
오히려 북쪽이 큰 스트레스 받아
트럼프 임기 안에 끝내려 할 것
트럼프가 어떻게 할지가 관건

전격적인 북-중 정상회담으로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남과 북, 미국과 중국까지 주요 관련국이 모두 전면에 등장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굳게 손을 잡으면서, 5월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각각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한겨레>는 전문가들에게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변화한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들었다.

■ 북-중 정상회담의 배경과 의미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

북-중 정상회담 전제조건인 비핵화 의지 표명이 해결돼 큰 걸림돌이 제거된 상태였다. 비핵화에서 평화체제 논의로 넘어갈 때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의 개입과 역할은 피할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무대에 데뷔하는 데 중국을 빼고 가기 어려운 정치적 부담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미-중 간 전략적 불신을 활용해, 북한이 전환을 모색할 때 중국이 북한에 경사돼서 움직여주길 기대한 것 같다. 동시에 북-미 관계 개선이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중국 쪽 우려를 북한이 읽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중국 학자들은 북한이 회담을 먼저 제안한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북-중 역사가 국제사회 정세 변동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전략적인 우위가 있음을 강조한 점도 중요하다. 결국 북-중이 전략적 이익을 교환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언급을 소개한 것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등에)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으니, 주변 여건이 조성되면 상황을 진전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이 대신 전달한 것 같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중 관계 복원은 북한과 중국의 내부 요인이 있다. 북한 입장에선 베이징을 경유하지 않고 워싱턴으로 갈 때(북-미 정상회담) 정치적 부담이 만만찮았다. 경제적으로도 북한의 대외관계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게 중국이다. 대북 제재의 칼자루를 쥔 것도 중국이다. 단기적으로는 경제개발과 관련해 중국의 투자를 유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국면에서 북한에 정상회담은 절실했던 것 같다. 거시적으로 보면 미-중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해야 한다는 인식의 발로였다고 본다.

중국은 지금 국면을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자국을 배제한 남-북-미 회담이 결국 중국 견제용으로 읽힐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거기에 대응을 한 것이다. 북한이 이른바 ‘친미 노선’을 걸을 수 있다는 중국의 우려는 불가피했고 북한도 이를 이해했다. 미-중 관계가 작동해 북한을 자기 세력화해두려는 게임이 벌어지는 셈이다.

한국이 ‘남-북-미 정상회담’ 얘기를 너무 빨리 했다. 남-북-미 관계로 고착이 됐을 때 가장 피해를 볼 국가는 한국이다.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때 ‘3자 또는 4자’를 주장한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안은?

김연철 인제대 교수

북한의 입장은 상응 조치만 분명하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 행동 원칙에 따른 해결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 및 평화 프로세스와 (북-미) 관계 정상화 프로세스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제시하느냐와 북한의 (핵) 동결과 폐기에서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연결돼 있다. 즉 미국의 상응 조치 수준이 높으면 북한의 핵 폐기 수준도 높다고 한 것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말한 ‘동시병행’ 해법에 대한 미국의 이해다. 그런데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얘기하던데, 이것은 선 핵폐기 모델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수교는 리비아가 핵을 포기한 다음에 이뤄졌지만 제재 완화는 동시에 이뤄졌다.

결국 (미국이 주장하는)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와 되돌릴 수 없는 체제 보장을 같은 수준에서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한반도 평화체제나 종전선언 등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정리하면 김정은이 비핵화라는 출구를 명확하게 열었다. 동시에 조금 수준을 높인 입구에서 시작하자는 것이다. 볼턴이 말하는 것과도 공통점이 있다. 입구를 어떻게 포장할지는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지금은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황이다. 3대에 걸쳐 어렵게 핵을 가졌는데 바로 버리라고 하면 할 수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생각하는 협상 모델은 ‘부분 인정, 부분 동결’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에서 오는 위협을 막기 위한 전쟁 억제 차원에서 핵을 당분간 갖고 나머지 핵 관련 시설은 동결하는 방법이다. 최종적으로 2가지 전제(군사 위협 해소, 체제 안전 보장)가 충족되면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7차 당대회 때 나온 것을 보면 군사위협 해소라는 게 ‘제국주의 위협이 사라질 때 세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돼 있다. 결국 북한이 생각하는 건 확신이 설 때까지는 완전한 비핵화는 어렵다는 얘기다. 상당 기간은 보유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입장에서 당장 급한 것은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일단 북한이 멈췄다고 선언했다. 그다음 단계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대량생산을 막는 동결 조치를 하면 미국으로서는 일단 목표를 달성하는 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정도에서 억류 미국인을 북한에서 데리고 나오고 국내정치적으로 성과를 내세우면서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려고 할 수 있다.

■ 미국의 반응과 북-미 회담 전망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미국은 중국이라는 요소가 한반도 문제에서 불가피하게 끼치는 영향을 알고 있다. 그동안 중국이 핵문제에서 추진해온 입장도 안다. 이 때문에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을 미국이 크게 우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

북-중 관계가 좋지 않다는 건 미국에 전술적 도움을 줬다. 그것을 이용해서 미국이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할 수 있었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 북-중 관계는 멀어졌고 그 구도가 미국에 나쁘지 않았다. 계속 가면 북한이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상황이 다시 조정된다는 것은 환영할 일은 아닐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을 통해 확인하고 중국이 동조하는 ‘단계적 접근’에 대해서 어떻게 볼지 의문이다. 현실적으로 양쪽이 원론적인 선언적 합의를 만든 다음에 협상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강경한 쪽에서는 ‘그건 이미 본 영화’라면서 거부할 수도 있다. 북한이 지금 스탠스에서 변할 가능성은 적다. 결국 미국의 선택과 한-미가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달렸다. 종래보다 나은 방식으로 어떻게 패키지를 구성할 것이냐, 내용은 무엇을 담을 것이냐를 치열하게 준비해야 한다.

■ 북-중 정상회담이 4~5월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

김준형 한동대 교수

북-중 관계 복원은 철저하게 북한이 ‘보험’을 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이 상황에 따라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미국은 북한이 굴복하고 나오는 ‘승자의 판’을 만들려 하고 있다. 존 볼턴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마이크 폼페이오를 국무장관으로 지명하고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미국을 압박할 카드가 없다. 북한의 유일한 카드는 중국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 공세를 하는데 미국이 손을 뿌리치면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에서 발을 빼도 미국은 할 말이 없다. 북한 탓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은 돌아갈 곳이 있다.

일부에서 단계론에 시비를 거는데 협상을 잘게 쪼개서 하는 ‘살라미’로 가면 불리한 것은 북한이다. 북쪽을 만나보면 북한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협상) 상대가 바뀌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임기 안에 끝낸다는 게 그들 생각으로 보인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성격상 회담 전에 세세하게 조정하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중 회담으로 김이 빠진 상태라 더욱 드라마틱하게 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할지 관건이다. ‘대박’ 아니면 ‘쪽박’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정리 김지은 노지원 기자 mira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