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17 23:57
수정 : 2017.10.18 00:38
외교부 “북 외무성 인사와 만남…기존 입장 반복”
19일 개막 러시아 비확산회의서 남북 만남 성사 주목
오는 19일 개막하는 ‘2017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에서 남북 외교당국 접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남북 실무자급 접촉이 이미 한차례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외교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11일부터 사흘 동안 스위스 체르마트에서 열린 동북아 안보관련 1.5 트랙(반관-반민) 국제회의에서 남북 외교 실무자 접촉이 이뤄졌다. 북한의 6차 핵실험(9월3일) 이후 1주일 남짓 만에 열린 이 회의는 스위스 제네바안보정책센터(GCSP)와 스위스 외교부가 공동 주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쪽 외교부 과장급 인사와 국립외교원 교수가 회의에 참석한 북한 외무성 인사와 자연스런 접촉이 있었으며, 북쪽은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등 특기할 말한 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비공개 회의란 성격상 참석자들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지만, 당시 북쪽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언급하며 대화 복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의에는 우리나라와 미·중·일·러 등 북핵 관련국 전현직 관리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에도 남북이 국제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조우했던 점에 비춰, 오는 19~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비확산회의에서도 남북접촉이 이뤄질 수 주목된다. 이 회의에는 최선희 북 외무성 북미국장이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쪽에서도 참석을 할텐데, 구체적으로 누가 갈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미국 쪽에서 (어떤 급의) 누구를 보내는지 확인되면, 그에 맞는 외교부 인사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제무대에서 남북 외교당국 간 접촉은 그간 몇차례 이뤄졌지만, 북쪽은 그때마다 대화 재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앞서 지난 8월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만찬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행사 대기실에서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짧게 조우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방향을 담은 ‘베를린 구상’과 후속조치 차원의 대북제안에 대해 북쪽의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 외무상은 “남쪽이 미국과 공조 하에 대북 압박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대북 제안에는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는 취지로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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