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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8 00:34 수정 : 2005.08.08 00:35

"도대체 이게 얼마만입니까? 조금도 변하지 않으셨군요."(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말을 잇지 못하며)...장관께선 당시 열여덟살 학생이었죠?"(패터슨 여사)

지난 5일 저녁 서울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의 한 객실.

충주고 3년생이던 1962년 미 적십자사 초청으로 방미,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달간 민박을 했던 반기문(61) 장관은 민박집 주인이었던 패터슨 여사(88)와 눈이 마주치자 '43년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 한 듯 서로 끌어안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패터슨 여사는 '43년 전 인연'을 소중히 간직해 온 반 장관의 개인 부담 초청으로 이날 오후 딸 메리베스(56.고교 음악교사)와 함께 서울에 왔다.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데도 반 장관의 초청에 흔쾌히 한국행을 결심했다는 패터슨 여사는 '볼품 없던 까까머리 학생'이 세계 11대 경제대국의 외교장관으로 변신한 것이 믿어지지 않는 듯 연신 울먹여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까지 적셨다고 한 외교부 관계자는 전했다.

반 장관은 5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패터슨 여사를 초청한 배경을 설명했다.

"고3 때 저를 포함해 경기고, 경기여고, 경남여고 등 4개 고교생 4명이 미 적십자사의 국제학생초청(VISTA)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갔습니다. 백악관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는 등 워싱턴 일정 후 샌프란시스코로 가 한 달간 패터슨 여사댁에서 민박했는데 그동안 신세를 갚지 못해 늘 마음에 걸렸지요."

이에 반 장관은 지난 2월 미국 방문 중 패터슨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행을 타진했다고 한다.


당시 반 장관과 같은 방을 쓴 아들 마이클(60)은 같이 오지 못해 '룸메이트' 상봉은 이뤄지지 못했다. 반 장관은 이에 대해 "서기관 시절인 76∼77년 박동진 외무장관을 수행해 미국에 출장갔다가 마이클을 30년만에 만났습니다. 그런데 마이클이 '너, 팻 분 레코드를 좋아하지 않았니'라며 레코드를 건네줬는데 그 때의 감동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추억의 한 편린을 소개했다.

반 장관은 수 년 전 주미 공사 재직중에도 민박 당시 한 달 남짓 안내를 맡았던 터퍼 여사(95세.워싱턴 D.C. 근교)를 공관으로 초청, 감사 인사를 전한 데 이어 지난 2월 워싱턴 방문시에도 찾아가 만났다고 한다. 반 장관은 패터슨 및 터퍼 여사와 40년 가까이 서한을 교환하면서 소중한 인연을 이어왔다고 한다.

패터슨 여사는 6일 경복궁과 민속 박물관, 삼성미술관을 관람했으며 미술관 관람에는 반 장관 내외도 합류했다. 이어 7일에는 경기도 파주의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아가 남북분단의 현장을 둘러봤으며 8일에는 외교부 청사로 반 장관을 예방하고 시내 관광을 할 예정이다. 그는 9일 제주도에서 휴식을 취한 뒤 11일 6박7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제주도행에는 장관 부인인 유순택 여사가 동행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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