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20 22:11
수정 : 2006.04.21 01:36
해저 지명위원회 상정
측량 사전통보제 등 절충점 찾기 쉽지 않아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의 21일 방한은 일본의 독도 주변 수로 측량 계획을 둘러싼 한-일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야치 차관의 방한 카드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20일 아침 외교부 청사로 오시마 쇼타로 주한일본대사를 불러 40분 남짓 만난 뒤, 일본 쪽에서 오후 들어 제안했다. 정부는 ‘선 수로측량 중단 후 외교교섭’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외교적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수로측량을 하지 않는다”는 타협점에서 그의 방한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치 차관이 어떤 보따리를 들고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정치적 타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한-일간 외교 절충의 쟁점은 크게 보면 두가지다. 우선 6월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원회에 한국이 동해 바다 밑 지명의 한국식 표기 등재 신청을 강행할 것이냐다. 둘째, 일본이 제안한 ‘상대쪽 주장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조사 때 상호 사전통보 제도’를 새로 만들 것이냐는 문제다. 논란의 대상인 배타적경제수역의 경계획정 협상을 재개하는 문제도 있으나, 이는 한-일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큰 쟁점이 되지 않는다.
앞의 문제에 대해, 반 장관은 19일 정례브리핑 때 일본이 수로측량 계획을 즉각 자진 철회한다면 외교적 절충의 여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는 ‘6월 회의에선 신청하지 않을 수 있다’는 수준이지, 철회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전통보 제도’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정부 기류다.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독도가 포함된 배타적경제수역(울릉도/독도 중간선 경계)을 묵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은 20일 “단순 탐사라면 좋으나, 허가를 받고 하라는 것”이라며 여지를 뒀다.
야치 차관이 수로측량계획 철회를 포함한 절충안을 들고 오면,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게 ‘수로측량계획 철회-배타적경제수역 경계획정 협상 재개-6월 해저지명소위 한국식 표기 등재 유보’ 등을 바구니에 담는 방식이다. 그러나 야치 차관이 이 정도를 협의하러 오는지는 불투명하다. 납북자 문제에서 한-일 공조 등 성격이 다른 현안을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일본 언론은 이번 사태로 납북자 문제에서 한-일 공조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야치 차관의 방한으로도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일본은 수로측량을 강행해 한국에 저지당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은 한국 경비정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며 한국 쪽의 ‘국제법 위반’을 최대한 부각시킨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들은 측량선이 무장한 순시선의 호위를 받지 않은 채 수로측량에 나설 예정이며, 한국 경비정이 접근하면 퇴각하도록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이 실력행사에 나서는 모습을 비디오 등으로 찍은 뒤, 6월 열리는 ‘해저지명소위원회’에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본의 정당한 수로측량을 한국이 불법적으로 가로막았다고 강조함으로써 ‘눈앞의 목표’인 한국의 해저지명 제안을 저지한다는 복안이다.
이제훈 기자, 도쿄/박중언 특파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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