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신임 주미대사 기자회견. 홍석현 신임 주미대사가 15일 오전 외교부청사 브리핑룸에서 임명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유엔사무총장 꿈 갖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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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사는 14일자로 자신이 맡아왔던 중앙일보 대표이사 회장·발행인·인쇄인 등 중앙일보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으나, 40% 이상의 소유지분을 가진 사주 신분에는 변화가 없다. 홍 대사는 15일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연 첫 기자회견에서 차기 유엔사무총장 출마설과 관련해 “적당한 시점에 정부가 도와준다면 꿈을 갖고 싶은 게 심정”이라고 밝혔다. 홍 대사는 “유엔 사무총장 자리는 이번에 아시아에 주어질 것으로 보이며 그 것을 한국에서 할 수 있게 된다면 국제적 발판 차원을 마련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14일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 사장 및 인쇄인에 송필호 부사장을, 사장 및 발행인·편집인에 권영빈 부사장을 선임했다. 아래는 홍 회장의 고별사 전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고별사
저는 지금 삶에 있어 참으로 중요한 변화의 첫발을 내딛고자 합니다. 지난해 주미대사로 나라의 일을 도우라는 소명을 받았을 때, 왜 우리의 선비들이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분별할 줄 아는 것을 가장 큰 덕목으로 삼았는지 비로서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지난 11년 동안 신문의 섹션화,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 편집, 오피니언 페이지 강화 등을 통해 일제시대 이래의 신문 제작 방식을 탈피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신문이 되기 위한 일련의 개혁을 단행해 한국 언론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중앙일보는 신문이 사실과 주장, 감정을 뒤범벅해 국민에게 혼란을 주었던 과거를 반성하고, 갈등의 조정과 분열의 통합에 힘썼습니다. 동시에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중앙일보의 혁신 작업과 세계 104개국 1만8000여개의 신문이 가입한 세계신문협회(WAN) 회장으로 세계적 차원에서 신문의 질적 향상과 언론 자유의 신장을 위해 봉사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그동안 저의 삶을 돌아보면 많이 부족했고 안타까운 순간들도 없지 않았습니다. 격변기의 한국사회를 살아가면서 개인적으로나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어려운 시련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몸이 고단할수록 마음이 더 깊어진다는 선인들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부족함을 깨닫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런 제가 그동안 신문 경영에서 얻은 작은 식견과 세계신문협회 회장으로 봉사해온 국제적 체험이 만의 하나라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극심한 양극화의 깊은 구렁을 메우는 힘이 될 수만 있다면, 그리고 금이 간 민족 공동체와 외교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티끌만한 힘이 될 수만 있다면, 제게 주어진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한동안 저의 부임을 놓고 여러가지 추측이 나왔지만 지금 저는 집을 떠나 무거운 짐을 지고 낯선 세상으로 나아가는 심정입니다. 제가 진 짐에는 우리 국민 모두의 염원이 담겨 있기에 무거운 책임감으로 제가 가진 모든 정성과 노력을 다해 저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제가 가는 길 앞에는 여전히 무수한 대립과 갈등의 골이 펼쳐져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선인들의 지혜와 뒤에서 말없이 지켜보고 계실 국민들의 마음을 슬기롭게 모은다면 해결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경험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고, 나라와 민족들도 서로 다른 역사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에 작은 가정에서부터 국가 간, 민족 간에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의 역사가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혀끝에서 이뤄지는 말에 현혹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며 진심어린 대화를 한다면 그 어떤 어려운 문제도 결국에는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지금 우리는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 나갈 거대한 배에 함께 타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배가 목적지를 향해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는 그 모두를 소중하게 여기며 서로가 제 역할을 다할 때 거대한 폭풍을 만나도 끄떡없이 이겨내고 목적지에 닿을 수 있는 것입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고 격려하며, 목적지를 향한 우리의 항해가 무사히 끝나 다같이 잘사는 따뜻한 나라, 우수한 기술력과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거대한 경제 강국, 동북아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을 함께 가야 할 것입니다. 저도 주미대사로서의 임무와 역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동안 열린 생각, 열린 신문을 지향한 중앙일보의 노선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애정과 성원이 있는 한 중앙일보는 기사의 질이나 의제 설정과 비판의 기능에서 결코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임을 확신합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의 바람처럼 따뜻한 사회와 희망이 넘치는 가정을 만들어 가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2005년 2월14일 홍석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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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현 신임 주미대사 일문일답 홍석현 신임 주미대사는 15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 2층 브리핑룸에서 임명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주미대사 임명에 따른소감과 함께 북핵문제와 한미관계 등에 견해를 밝혔다. 홍 대사는 오는 22일 임지인 워싱턴으로 떠날 예정이다. 다음은 홍 대사의 모두발언과 일문일답. ◇ 모두발언 주미대사직은 엄중한 자리이고 맡겨진 책무가 막중하다. 취임 시점에 북핵문제가복잡하게 꼬이고 있고 모두를 곤혹스럽게 하는 상황이 된 것에 약간의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주미대사는 여러 책무가 있지만 우리 코앞에 닥친 핵문제는 가볍게 다룰수 있는문제가 아니고 또 확인할 수 없는 어떤 막연한 희망섞인 추측만으로 근거해서 다룰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우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자 활용수단 가운데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에 바탕을 둔 정책공조다. 제가 워싱턴 부임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가 한미동맹 관계를 건강하고 균형된 모습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2003년 5월 한미 정상합의대로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 내실을 다져나가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중요한 임무의 하나다. 당장 핵문제가 있지만 이를 넘어서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고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 외교에 주어진 큰 과제다. 저는 경험이 제한적이다.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맞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개인의 평안함을 던지고 택했던 쉽지 않았던 결정이었다. 우리 모두에게 닥친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하는데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이자리에 나왔다. ◇ 일문일답 --미국은 조세포탈을 막중한 범죄로 인지하고 있다. 외교활동 지장 없을까.
△미국 당국으로부터는 어떠한 얘기도 못들었고 조세문제에 대해 미국이 어떤자세를 취하는 지 잘 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후 세계신문협회장 취임 뒤 3년간 국제언론사회에서 회장으로 있었다. 그 분들도 나름대로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태에 대해서 어떤 판단 있었을 것이다.
참여정부의 임명에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국민의 정부를 계승한 참여정부가 대사직에 임명했다는 사실도 1999년의 사태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데 대해 안도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유엔사무총장을 희망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나의 작은 경험이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건강하고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우리에게 닥쳐진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미력한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하게됐다. 다만 유엔 사무총장 문제는 아시아에 차기 총장 자리가 주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되든 한국인이 가게 되면 한반도의 여러 문제를 관리하고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적당한 시점이 될 때 정부가 도와준다면 한 번 꿈을 갖고 싶은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데 반대한다.
△제가 단독으로 말할 입장은 아니다. 큰 원칙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문제, 현재 상존하는 핵문제를 평화.외교적으로 풀겠다는 것, 6자회담의 틀안에서 풀겠다는 원칙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
큰 목표 하에서 주고받기는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한미공조를 기반으로 일본, 중국, 러시아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다뤄야 된다고 판단한다. --발탁배경에 관한 뒷얘기를 소개해달라.
△주미대사가 되고 싶다거나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거나, 제의를 하는 상황이벌어진다거나 하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께서 생각을하신 것으로 듣고 있다. --어떤 경로를 통해 대사직을 제안받았나.
△이런 저런 고려끝에 몇 분이 저를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고 대통령께서 주미대사자리를 발상한 것으로 이해한다. --내정시 미국내 지식인 사회와 여론 등이 좋지 않아 홍 대사가 적합하다고 했다. 참여정부 이후 한미관계를 평가한다면.
△해방직후부터 미국과의 혈맹이 시작됐다. 이승만 박사 시절, 박정희 대통령시절에도 지금보다 더한 양국 정상간 갈등도 있었다. 특히 국민의 정부 이후 부시행정부가 들어서면서의 갈등 문제는 성격이 다르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전까지는 반공을 국시로 삼았지만 이후 남북공존을 현실로 인정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후 남남 갈등 즉, 한국안에서 북한을 보는 여러 시각이 존재하면서 미국과의 마찰이 시작됐다.
특히 2002 대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두 여중생 사망사건과 그에 따른 촛불시위, 사회 일각에서 여과없이 나온 반미구호 등의 과정에서 한미간 새로운 관계설정 문제가 대두됐다. 참여정부 들어 이런 문제가 국민 마음속에 불편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이라크 파병 등 동맹관계 연장선에서 협조가 잘 이뤄졌다. 그런 점에서 정부간 정책공조점에서는 빈틈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외교나 국가간 관계도 인간관계 처럼 새로운 관계가 설정되면서 서로 감정상한 부분 있지 않나 생각한다. 분명 반미감정이 표출된 게 사실이고 이에 상응한 ,미국 사회의 일종의 유감과 배신감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저에 대한 기대는 정부간 공고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사회의 오피니언리더그룹과 지식인, 언론, 학계에 아직 있을 지 모를 감정의 앙금을 잘 처리해달라는 것으로 해석한다. --북핵 관련 대통령 요구가 있었나. 또 이에 대한 구상은.
△북한 성명 이후 대통령을 뵙지 못했다. 임지에 부임해야 하는 대사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럽다. 강경 및 유화론자간 여러 갈등 있겠지만 공조 하에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우리 과제다. --미국의 `폭정의 전초기지' 언급이 한미간 긴장요인 될 수 있는데.
△부시 2기 행정부는 역사의 족적을 남기려는 큰 틀에서 자유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과제를 들고 나왔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적용되겠지만 특히 중동에 단기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겠나. 우방인 이집트나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러시아, 중국까지도 해당되는 큰 범주라고 생각한다.
인권문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놓고 시비할 수 없다. 한반도 특수상황을 고려할 때 진정한 의미의 인권신장을 위해 정책우선 순위를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미간 의견차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구체적인 문제로서 진지한 대화와 의견교환을 통해 접근해 나갈 수 밖에 없다.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말도 가치 판단에 앞서,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데 모든 노력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앙일보 소유지분 등은 어떻게 되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정리했다. 사내외 이사를 망라한 이사회를 구성했다. 저는 최대주주로 있지만 이것이 상법상에 재산으로서의 의미는 있겠지만 한 번도 사유물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지분을 처리해야 할 어떠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며 이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권리를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무역협정 관련 한미간 갈등요인이 많은데.
△ 스크린 쿼터 외에는 큰 걸림돌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2.10 선언' 어떻게 이해하나.
△실망했다. 다만 이해하는 입장에서 보면 어려운 상황에서 협상력을 높이자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포기하라는 주장을 일관되게하는데 여기에 대한 미국의 성의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북한을 바라보고 국제사회 일원으로 끌어내는 그런 정책을 실천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외교현실에서 수단으로서는 당근과 채찍이 있겠지만, 말의 최고 조련사는 각설탕으로만 조련할 수 있다고 한다. 당근보다 더 좋아하는 게 각설탕이라고 하더라. 가장 수준 낮은 조련사는 채찍으로만 하는 조련사다. 현실에서는 같이 사용할수 밖에 없겠지만 우리가 일류 조련사를 지향해야 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방법 차는 있겠지만 우리의 목표 지점은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시켜 경제발전을 위한 당근이 제공되고 그를 통해 인권이 개선되고남북.북미.북일관계 모두를 개선되는 방향으로 가야된다. --대통령의 `핵보유 일리 있다'는 LA 발언에 대한 견해는.
△91년 기본합의서 타결과 비핵화선언은 비핵화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에 회복시키겠다는 남북간의 합의다.
문민정부 이후 화해무드가 있었다. 이후 정상회담 추진하다가 결국 2000년에 열릴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정권이 바뀌고 정치적 입장과 북한의 태도 등으로 인해 위기 상황까지 왔다. 지난 10년간에 걸친 역사적 배경으로 볼 때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본다. 다만 배경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고, 예측 못한 시점에 예측 못한 발언이라고 판단한 시각도 있을 수 있다. 서로가 마음을 열고 대화의 장에서 이 문제에 접근한다면 큰 원칙속에서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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