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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2 17:45 수정 : 2005.02.22 17:45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북한 핵 문제를 협의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22일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 환영객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조건’ 여전하지만 참여에 ‘방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1일 왕자루이 중국 당 대외연락부장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는 지난 10일 북한 외무성 성명 이후 혼란에 빠진 6자 회담의 진로를 회담 재개 쪽으로 잡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6자 회담 참여의 조건을 거론하며 ‘미국의 믿을 만한 성의와 행동’을 기대한다고 밝힌 것은 외무성 성명의 연장선 상에 있다. 그러나 그는 “6자 회담에 반대한 적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회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인정될 때까지 6자 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던 외무성 성명과 비슷한 조건을 달긴 했지만 ‘불참’보다는 ‘참여’ 쪽에 방점이 찍힌 것 아니냐는 분석을 22일 내놓았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그동안 북한이 6자 회담 전제조건으로 내건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와 ‘동결 대 보상’ 요구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나 미국의 태도가 변하지 않아 그 목표 실현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믿을만한 성의·행동’ 구체적 내용 주목
한-미-일 실무회의서 미 ‘응답’ 가능성


문제는 북한의 이런 태도는 무조건 복귀를 요구하는 미국의 원칙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6자 회담 개최는 지난해 6월 3차 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인 만큼 참여에 앞서 조건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는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도 거듭 확인됐다. 북한의 ‘여건 조성 뒤 회담’과 미국의 ‘회담 개최 뒤 논의’ 입장이 물과 기름처럼 겉돌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상황에서 공을 다시 미국으로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미국의 믿을만한 성의와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가 중요한데, 중국이 한-미-일 등과의 협의에서 그 구체적 내용을 제시할 경우 미국의 대응이 회담의 전망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이런 요구를 비켜갈 경우 교착상태가 길어질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미국의 답변은 2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일 6자 회담 실무대표 회의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일단 미국에 유연한 입장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구두친서에서 “조선 측의 합리적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 데서도 이런 행보를 읽을 수 있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당장은 추가적인 사태 악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이를 대화로 연결시키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지적했듯이 미국에는 북한을 협상 상대로 인정할 것을 주문하면서, 북한에는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 앞서 조건을 다는 걸 철회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양쪽 모두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좀더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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