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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1 18:43 수정 : 2005.02.11 18:43


북 6자회담 중단 성명 파장 전문가 분석

권만학(경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항상 그랬듯이 북한은 양 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이번에도 북한은 핵무기 보유로 가는 데 필요한 경로를 하나씩 밟아 가는 한편, 미국더러 협상을 하려면 ‘몸 값’을 더 많이 내라는 길도 트고 있다. 하지만 북한 처지에서 핵무기 보유는 구조적으로 가기 어려운 길이다. 개혁·개방이 북한의 돌파구인데,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면 해외 투자는 물론 인도적 지원마저 줄어들 것이고, 이렇게 되면 북한은 정말 어려워진다. 구조적으로 보면 북한은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 외무성 성명을 협상 전략으로 판단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핵무기 보유’란 외무성 성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기 때문에 미국은 당분간 ‘예전에 들었던 말’이라며 무시 전략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곤혹스럽다.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대화를 병행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병행이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상황 변화와 여론을 보면서 북핵 문제 대응 강도를 한 단계 높여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남북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미국과 북한의 인식과 주장의 틈을 메워주는 무대 뒤의 노력이 필요하다.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 대화 뿐만 아니라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남북의 물밑 대화가 필요하다.


김근식(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북한은 지난 2년 동안 미국이 북핵 상황이 심각하다고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위기를 고조시켜야 미국이 협상 테이블로 나온다고 판단했다. 북한이 아무리 위기 상황이라고 외쳐도 미국은 별 것 아니라고 무시하는 상황이 2년째 되풀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 북한이 쓸 수 있는 카드를 소진했다.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공언하며 북한이 말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동원한 셈인데도 미 국무부나 백악관 브리핑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꿈적도 않고 있다. 미국은 당분간 북한에 대해 무시 전략을 유지하면서 중동문제에 신경을 집중하면서 6자 회담 틀로 북핵 문제를 관리할 것이다.

이제는 남한이 나서야 한다. 먼저 남한은 북한에게 핵무기 보유가 현실화되면 한반도 주변 안보상황이 급변하고 국방정책도 바뀔 수 있다며 핵 포기를 설득할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북한에 상황 설명도 하고 특사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방미 중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이런 중재 역할을 시작해야 한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북한이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미국의 대이란 정책도 작용한 듯 하다. 부시 2기 행정부는 최근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서 이란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등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또 북한 외무성 성명이 협상을 다그치는 측면도 있지만 실질적 대미 억제력 확보를 본격적으로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 북한은 단순한 협상용으로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실질적 억제력 확보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제 북한은 말로서 할 수 있는 것을 다했고 행동만 남았다. 앞으로 북한은 핵 실험 보다는 미사일 전략 강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안에서는 대외정책의 우선 순위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부시 행정부 1기 때부터 중동에 대외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게 대세인데, 미국 내부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대응을 놓고 논쟁이 격화될 것이다. 6자 회담 재개 가능성은 상당히 줄어줄었고 남북 관계도 일시적 경색 국면이 아니라 신뢰의 위기 국면으로 가고 있다. 남한이 북한을 되돌리기에는 버거워보인다. 만약 북한이 남북 대화의 문을 닫아놓고 경협이나 인도적 지원 등 경제적 실리만 챙길 경우 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며 책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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