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2 16:54
수정 : 2020.01.13 13:08
청 “위법한 수사에 협조할 수 없었다”
검찰 “영장에 근거해 구체적 목록 제시한 것뿐”
청와대가 지난 10일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 때 “뒤늦게 법원의 판단도 받지 않은 자신들 마음대로 작성한 목록을 제시했다”며 “위법한 수사에 협조할 수 없었다”고 12일 밝혔다. ‘적법하게 법원에서 받은 영장으로 압수수색을 요구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반면 검찰은 “당시 청와대에서 영장에 기재된 압수수색 대상 물건의 범위가 너무 넓다고 해, 영장에 근거해 보다 구체적인 목록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
서울 광화문의 한 빌딩 너머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10일 검찰은 ‘청와대 압수수색 때 압수수색 영장과 함께 상세한 목록을 추가로 교부해 자료를 요청했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여러 시간이 지난 뒤 상세 목록이라는 걸 제시했다”며 “이 목록은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은 채, 영장과 무관하게 (검찰이) 임의로 작성한 목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세 목록에 관해 법원의 판단을 받았느냐’는 청와대의 물음에 검찰도 ‘그렇지 않다’고 했다”며 “법원의 판단을 거친 압수수색 영장과 관련이 없는 임의로 작성한 목록으로 압수수색을 집행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로 판단한다. 위법한 수사에는 저희가 협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상세 목록은 검찰이 처음에는 압수수색 영장과 함께 제시하지 않았다가 여러 시간이 지난 뒤에 제시했다”며 “(검찰이) 적법한 절차를 지키려 했다면 (상세 목록에) 법원의 판단을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송철호(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의 공공병원 공약 등과 관련해 대통령비서실 자치발전비서관실(전 균형발전비서관실)이 만든 자료 등에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당시 청와대는 “검찰이 가져온 압수수색 영장은 ‘범죄 자료 일체 ’ 등으로 압수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영장에도 없는 압수물 목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검찰이 집행 불가능한 압수수색을 해 ‘보여주기식 수사’를 벌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 뒤 검찰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법원에서 압수할 장소와 물건을 적법하게 특정해 발부한 영장과 함께 상세한 목록을 추가로 교부해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특히 지난해 12월 압수수색에 협조했을 당시의 영장과 달리 검찰이 이번에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의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몇 가지를 말씀드리면 영장에 ‘본건 범죄 행위와 관련한 계획, 공모, 경과가 기재된 문건’이라고 돼 있다”며 “지난 12월 압수수색에 협조했을 때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건이라고 특정하지 않아도 범위가 나왔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 검찰이 낸 영장엔 피의자가 18명으로 적시가 돼 있었는데 그중에 누구에 대해, 어떤 사건에 대해서 특정해주지를 않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협조하려고 했으나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국가 기관인 검찰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격앙된 반응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검찰이 사실이 아닌 것을 주장하며 청와대가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이건 그대로 방치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영장을 공개하면 밝혀질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청와대 쪽에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의 승인이나 거부에 대하여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아, 압수수색 영장에 예정하고 있는 대상 물건 중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한정해 이를 기재한 목록을 제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압수수색 영장의 범위가 너무 넓다고 하는 등 실랑이가 이어지자, 영장에 기재된 물건 중 정말 필요한 것만 구체적으로 제시했던 것”이라면서 “당시에는 이를 두고 청와대에서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성연철 임재우 기자
sychee@hani.co.kr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