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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2 14:08 수정 : 2020.01.12 14:23

청와대 전경

청와대 전경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중점 과제로 제시한 남북 관계 개선이 북한의 냉담한 반응과 마주했다. 지난해와 달리 적극적인 남북 관계 개선을 꾀해 북-미 대화 길을 트려는 생각이 녹록잖은 형국이다.

북한은 11일 김계관 외부성 고문 명의의 성명을 내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생일 축하 덕담 전달 관련 언급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 실장은 1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생일을 기억해 덕담을 하고 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고 이를 북쪽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성명에서 “남조선당국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인사를 대긴급 전달한다고 하면서 설레발을 치고 있다”며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인사라는 것을 우리는 미국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다. 아마도 남조선당국은 조미 수뇌들 사이에 특별한 련락(연락)통로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남쪽이) 호들갑을 떨었는데 저들이 조미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의연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남조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중뿔나게 끼여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해야겠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남조선당국은 우리가 무슨 생일축하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여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문 대통령이 새해 중점 과제로 내건 남북 관계 활성화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가길 바란다”며 △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공동등재 △접경지역 협력사업 추진 △도쿄올림픽 단일팀, 공동 입장 추진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제시했다. 북-미 회담을 우선순위에 두고 남북 관계에 소극적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능동적인 움직임을 예고했다.

북한의 냉랭한 태도는 문 대통령이 구상을 현실화하는데 만만찮은 어려움이 될 전망이다. 성명은 정 실장이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 생일 메시지와 관련된 부분을 비판하는데 치중하며 문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 관계 개선 방안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남쪽을 “조미관계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남아있다고 지칭하며 “끼여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자중하라”고 비판한 것을 보면, 남쪽의 구실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기류를 역력히 드러냈다. 현재 남북 당국 사이에 있는 연락 소통 창구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청와대는 성명에 공식 반응을 내지 않은 채 말을 아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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