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국제사회의 동참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과 북한의 체제 안전에 관한 불안감을 함께 낮추려는 고심의 산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총회 회의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 유엔총회 연설에서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해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번영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 내자”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비무장 지대안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 생태, 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잡아 평화연구와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간에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비무장지대에 매설된 지뢰 제거 작업에 유엔 기구가 함께 참여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비무장지대에는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는데 한국군이 단독으로 제거하려면 15년이 걸린다”며 “유엔지뢰행동조직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지뢰제거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단숨에 국제적 협력지대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무장지대의 평화 지대화 제안은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북한과 선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미국의 태도가 팽팽히 대립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관여를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고, 북한의 안전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남북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평화지대 조성에 참여하면 북한도 안전하다는 안도감을 주고, 남한 역시 전쟁 위험을 낮출 수 있어 양쪽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구상 대로 비무장지대에 유엔지뢰행동조직 등 여러 국제기구들이 자리해 국제기구 단지가 만들어지면 남북간 재래식 군사 충돌은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고, 북한도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길 원한다. 서로의 안전이 보장될 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며 “국제 평화지대 구축은 북한의 안전을 제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장하는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임박한 북-미 협상을 염두에 둔 듯 남북미 대화와 경제협력이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장은 여전히 건재하고 남과 북, 미국은 비핵화와 평화 뿐 아니라 그 이후의 경제협력까지 바라보고 있다”며 “나는 (지난 6월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은 북·미) 두 정상이 한 걸음 더 큰 걸음을 옮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쟁 불용 △상호 안전 보장 △공동 번영이라는 한반도 문제 3대 해법 원칙을 거듭 언급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으로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일본의 무역 보복 조처에 관해서는 직접적인 비판 대신 에둘러 일본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위헤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가치를 굳게 지키며 협력할 때 우리는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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