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3 14:44
수정 : 2019.08.1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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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후손 초청 오찬’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19.8.1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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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후손 초청 오찬’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19.8.1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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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두 개 콩밥 덩이 창문 열고 던져줄 때/피눈물로 기도했네/피눈물로 기도했네/대한이 살았다/대한이 살았다.”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청와대 영빈관. 유관순 열사가 수감됐던 서대문 형무소 8호 감방에서 불리던 노래가 퍼져나갔다. 이날 독립유공자 유족 오찬에 초청받은 애국지사 심영식(세례명 심명철) 선생의 아들 문수일씨는 생전 어머니가 유관순 열사와 함께 불렀다는 노래 ‘대한이 살았다’를 불렀다. 심 선생은 시각 장애를 안고 개성지역 3·1 만세 운동을 주도했고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문 씨는 “제가 고등학교 때 어머님이 서대문 형무소에서 불렀던 노래라고 하셨다.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어서 어머니께 부탁해 기록했고 65년 만인 올해 새로 태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처로 한-일 관계가 냉랭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160여명의 독립 유공자와 유족을 초청했다. 애국지사 장병하, 이태원 선생을 비롯해 안중근 의사의 외손녀 황은주씨, 김구 선생의 증손자 김용만씨 등이 참석했다. 황은주씨는 “중국 상하이에서 나고 자랐다. 마지막 가는 날에 내 땅, 내 나라에서 묻히려고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프랑스로 건너가 독립운동 자금을 임시정부에 지원했던 홍재하 선생의 아들 장 자크 홍푸앙씨는 자신이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말해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그는 “아버지는 언제나 고국으로 돌아가는 생각이 확고하셨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한국어는 한국에 가면 배울테니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제가 한국어를 못하는 것이 굉장히 유감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리랑을 불렀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독립 유공자들은 국민의 자부심이라고 칭했다. 그는 애국지사 예우금을 인상하고 보훈 복지 서비스를 확대한 것을 들며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을 제대로 예우하는 것은 한시도 게을리할 수 없는 정부의 책무”라고 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외교적 해결을 모색해 가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수출 규제에 이어 우리나라를 백색 국가(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100년 전 독립운동에 나선 우리 선조들은 ‘일본이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와 동양에 책임을 다하게 하는 일’이라고 독립운동을) 선언했다. 아주 준엄하고 품위있는 자세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복을 완성하려면 분단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며 “독립유공자 어르신들 생전에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에는 일제의 추적을 받던 김구 선생이 갖고 다니며 끼니를 해결했던 대나무 찹쌀밥 쭝즈와, 독립운동가들을 뒷바라지하던 오건해 여사가 내놓던 돼지고기 졸임 요리인 훙샤오러우가 한식과 함께 상에 올랐다.
한편, 김원웅 광복회장과 함세웅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회장 등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예비역 장성 출신인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내정자의 임명을 철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지금까지의 보훈 정책은 군 위주로 이어져 독립유공자에 대한정책이 미미했다. 다시 군 출신 인사를 보훈처장에 임명하면 군 위주의 보훈정책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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