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30 20:06
수정 : 2019.06.30 22:4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북쪽 지역으로 넘어가(왼쪽 사진) 다시 악수한 뒤(가운데 사진) 함께 남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판문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북-미 정상 ‘판문점 만남’ 현실로
군사분계선 넘어 북쪽으로 16걸음
판문각 앞서 사진 찍은 뒤 남쪽으로
트럼프 “기대 안 했는데 영광
김 위원장 안 왔으면 민망할 뻔”
김정은 “만남 제안 어제 오후에 알아
과거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북쪽 지역으로 넘어가(왼쪽 사진) 다시 악수한 뒤(가운데 사진) 함께 남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판문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남쪽 자유의 집에서 나와 말없이 북쪽을 향해 뚜벅뚜벅 걸었다. 상기된 표정이었다. 저 멀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판문각’에서 동행자 없이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30일 오후 3시46분, 정전협정 뒤 처음으로 군사분계선 앞에 마주 선 북한과 미국 두 정상이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 프렌드”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이런 데서 각하를 만나게 될 줄 생각 못 했습니다”라고 반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어 “내가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김 위원장은 “영광”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경계석을 오른발로 밟고 왼발로 넘었다.
66년 동안 북-미 간 굳건했던 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만나자’는 트위트를 날린 지 32시간 만에 흐릿해졌다. 두 정상은 열여섯 걸음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 판문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왔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 땅을 밟은 사상 처음의 미국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 각하가 분리선을 넘어서 간 것은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좋은 관계를 이어가자는 남다른 용단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트위트를 날릴 때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영광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남쪽으로 내려와 자유의 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함께 만났다. 남·북·미 세 정상이 사상 처음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눈 문 대통령이 먼저 “오늘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는 것 같고, 좋은 결실을 기대한다”고 덕담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 문 대통령과 함께 노력한 결과 많은 진전을 이뤘다. 남북한을 넘어 세계적으로 역사적인 날”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도 “이런 순간을 마련하는 데 기다려주신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취재진에게 등을 지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세 정상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란히 서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세 정상은 잠시 환담 뒤 남쪽 자유의 집으로 이동했고,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예고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만 2층 회의실에서 마주 앉았다. 김 위원장은 “사전에 합의된 게 아닌가 말도 하던데, 나 역시 깜짝 놀랐다. 이런 식으로 만남을 제안한 것을 (어제) 오후에서야 알게 됐다. 나쁜 과거(전쟁과 휴전)를 연상케 하는 이런 자리에 (모인 것도) 오랜 적대적 관계였던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앞으로 우리가 하는 행동(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번 깜짝 만남에 응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내가 (트위터로) 메시지를 보냈을 때 (김 위원장이) 오지 않았으면 제가 굉장히 민망했을 텐데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하다”며 “(김 위원장) 목소리의 힘을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라고 김 위원장을 추어올렸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판문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2분 정도 짧은 만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와 달리 두 정상의 판문점 대화는 53분 동안 진행됐다. 오후 4시51분께 자유의 집 밖으로 함께 나온 세 정상의 표정은 밝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대화를 나누며 군사분계선을 향해 걸었다. 군사분계선 앞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했고, 문 대통령과는 포옹으로 인사를 했다. 김 위원장은 남쪽으로 내려온 지 1시간7분 만인 4시53분께 손을 흔들며 군사분계선 위로 올라갔다. 트럼프 대통령도 오후 5시11분께 문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판문점을 떠났다.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경기 파주 캠프 보니파스 북쪽의 최북단 ‘오울렛 초소’를 찾아 북한 쪽을 살펴보고 있다. 파주/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에서 25m 떨어진 캠프 보니파스의 오울렛 초소를 함께 방문했다. 군용 점퍼를 입고 이곳을 찾아 북한에 위협적인 발언을 내놓았던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양복 차림으로 북쪽을 둘러봤다.
이완 정유경 기자
wani@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