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가 24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노무현 정부 전반기 평가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최경환 의원(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토론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격려사를 통해 “사회 전반을 볼 때 경제부터 외교까지 어느 분야든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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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더 신경써야”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정혜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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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서민고통 제대로 대체 못해 우선, 참여정부가 부패척결을 통해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끊은 점, 탈권위주의를 통해 국가권력의 행사를 민주화시킨 점, 그리고 국정운영에 있어 분권과 자율의 원칙을 안착시킨 점 등은 높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초집중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행정부처와 주요 공기업의 지방 이전으로 전국적인 균형발전 및 분권화의 첫 기틀을 마련한 것 또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다음으로, 남북관계 및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참여정부의 성과는 그리 나쁘지 않다. 몇년째 계속돼온 북핵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그 평화적 해결의 노력을 경주한 결과, 북핵 문제는 지난 4차 6자회담이 보여줬던 것처럼 점차 그 해결의 가능성을 드러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북핵국면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한국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두드러졌다. 동북아 정세의 변화 속에서 한-미동맹 및 주변 4강과의 관계를 보다 균형적이고 자주적인 방향으로 조정해나가고자 했던 참여정부의 노력도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경제·사회정책에 대한 평가로 들어가면 그 평가는 매우 논쟁적이다. 참여정부 자신은 경제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등 중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태도로 경제정책에 임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이런 주장은 경기침체로 고통을 받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별로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그들은 경제문제, 사회문제에 참여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자들의 주장에 더욱 공감하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참여정부 전반기 국정운영에 있어 가장 뼈아픈 지점은 바로 이 곳, 즉 국민들의 실제적인 삶에 가장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미치는 민생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경기가 나쁘면 나쁜대로 그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원론주의적이고 장기주의적인 태도만으로 이에 임했던 것이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아무튼, 이제부터 참여정부는 후반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그 레이스를 어떻게 펼쳐야 할까? 전반기 레이스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평가가 이에 대한 반면교사를 제공해주고 있다.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가장 고통을 받았던 것, 즉 그들의 민생문제에 관심을 갖고 시기적절하게 그 대책을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런 점에서 참여정부 후반기의 국정운영에서 민생문제는 좀더 우선시돼야 할 과제다. 이와 관련해, 참여정부는 한때 국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유포되었던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라는 담론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담론이 확산되었던 것은 단순히 참여정부 비판자들의 선전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참여정부에 대한 반대 자체를 의미했다기보다, 그 정책의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국민들의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삶에 대한 참여정부의 관심 부족에 대한 국민들의 진심어린 불만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경기침체와 사회적 양극화 속에서 사람들의 삶은 팍팍해졌던 것이다. 물론, 참여정부는 그 후반기 국정운영의 중심이 우리 사회의 분열구조, 즉 역사적 분열구조, 정치적 분열구조, 사회경제적 분열구조 등 3대 분열구조를 치유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가 유념할 것은 그 어떤 중요한 정책이라도 국민들의 민생이 챙겨지는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참여정부 후반기의 국정운영은 여타 정책과 민생 정책의 균형이 무엇보다도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인적쇄신 우선돼야”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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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처 물론 대법원·헌재도 물갈이를 물론 이는 어려운 과제다. 이론적 측면에선 제도학파의 이상과 케인즈 학파의 현실성을 겸비해야 하고, 정치적 측면에서도 전성인(홍익대 교수) 제도개혁에 뒤따르는 기득권 계층의 반발을 아우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경기부양책이라는 달콤한 마약을 원하는 국민의 소망을 달래야 하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참여정부는 이들 사명을 조금도 이루지 못했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참여정부에는 제도개혁을 마무리할 설계자도, 현실을 관리할 경영자도 없었다. 원칙도 없고, 경제를 관리할 자신도 없었기 때문에 조금만 풍랑이 일면 우왕좌왕하기 일쑤였고, 달콤한 목소리나 그럴듯한 격문에 그대로 현혹되기를 밥 먹듯 했다. 궤도이탈의 흔적을 찾기란 조금도 어렵지 않다. 취임초 재벌의 분식회계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이를 척결하지 못하고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걱정하며 유야무야 해 버린 점. 신용카드 사태가 발생하자 현상유지에 급급하면서 그동안 어렵게 쌓아올렸던 시장규율의 전통을 일거에 짓밟은 점. 동북아 금융허브를 구축한다는 나라에서 그것이 누구의 장단인지 제대로 깨닫지도 못한 채 외국자본에 대한 야릇한 경계논리만을 덥석 물어 버린 점. 한편으로는 노령화 사회의 급속한 도래를 걱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형 뉴딜이라는 허명에 속아 국민연금을 흥청망청 써버리려 한 점. 수출촉진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경상수지가 몇 년째 흑자인 나라에서 원화절상을 편법으로 억제하다가 몇조원을 날려 버린 후 결국은 절상압력에 두 손을 들고 만 점. 재벌계 신용카드사의 부실에는 몇조원의 자금을 아낌없이 쏟아 부으면서 신용불량자를 위한 구조조정에는 변변한 공적자금 한 번 제대로 넣지 않은 점.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는데도 부동산 정책은 금리인상 대신 투기억제만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오기를 부리는 점.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를 위한 로드맵과 시장개혁 로드맵을 만들어 놓고도 현존하는 법조차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재벌 앞에서 쩔쩔매고 있는 점.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양질의 인적 자본 양성이 핵심인데도 교육정책에서는 수월성에 대한 배려가 실종된 점. 그 목록은 가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인정할 것은 깨끗하게 인정해야 한다. 왜냐 하면 그것이 남은 기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는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특히 최고 의사결정자 주위의 인맥과 주요 경제부처의 장을 교체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인맥은 제도개혁과 관련해서도, 현실관리와 관련해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이념과 이상을 가진 설계자를 초빙해 최고 의사결정자 곁에 포진시키고, 이 설계자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경영자를 주요 경제부처의 장으로 초빙해야 한다. 참여정부가 정성을 기울여야 할 인적 쇄신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사법부의 인적 쇄신이 적절하고 정당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대법관과 일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올해와 내년 중 새로 임명되도록 예정되어 있다. 수도이전과 관련한 위헌 결정과 일부 재벌기업의 공정거래법 위헌 제소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 향후 제도개혁의 성패는 단순히 국회의 입법과 행정부의 법집행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태도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게 됐다. 미국의 예를 보더라도 가장 광범위한 제도개혁을 추진했던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이 뿌리내리게 된 데에는 연방대법원의 태도변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에도 사법부의 구성이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에 따라 향후 경제활동의 내용은 물론 우리 사회의 모습 자체가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참여정부는 아직도 몇 가지 중요한 사명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는 제발 허송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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