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9 21:48
수정 : 2020.01.1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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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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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 후폭풍]
한국당 “추미애가 검찰 학살” 직권남용 고발
추 장관 “능력 고려한 인사…윤석열이 명 거역”
이낙연 총리도 추 장관 옹호 나서
“법무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 거부
윤 총장, 공직자로서 자세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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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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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단행된 법무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둘러싸고 9일 정치권이 강하게 충돌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 비리 수사 검사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고, 탄핵소추요구안도 내기로 했다. 추 장관은 “전문성과 능력을 고려해서 한 인사”라며, 오히려 인사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장관에게 항명했다고 반격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추 장관을 ‘지원사격’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을 향해 “오만방자하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법무부를 적극 옹호했다.
■ 한국당 “검찰 학살”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검찰 인사는 검찰 학살로, 국정조사를 요구한다. 또한 추미애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요구안을 제출하겠다.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와 운영위, 법사위도 소집해서 따져보겠다”고 예고했다. 한국당은 검찰 인사에 반발하며 오후에 예정됐던 본회의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의총에서 검찰 인사에 대한 의원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이어졌다”며 “법안 처리도 중요하지만, 검찰 인사에 대한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오후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한국당은 고발 이유와 관련해 “추 장관은 직권을 남용해 현 정권의 주요 관계자들이 연루된 중대범죄를 수사 중인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키는 인사를 일방적으로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또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 본청 중앙홀 계단에 모여 ‘법무장관 추미애’라고 적힌 펼침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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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이 9일 국회 중앙홀에서 전날 발표한 검찰 간부 인사에 반발하며 ‘법무장관 추미애’라고 적힌 펼침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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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윤 총장이 명을 거역”
추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역과 기수를 안배한 가장 형평성 있고 균형 있는 인사”라고 주장했다. 인사를 앞두고 대검찰청과 충돌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법무부가 ‘인사안에 관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겠다’며 윤석열 총장을 불렀지만, 대검찰청이 “구체적인 인사 명단을 보여줘야 의견을 낼 수 있다”고 거부한 것을 항명으로 본다는 취지다. 인사 명단을 대검에 미리 보내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추 장관은 “검찰에 있는 분들은 잠재적으로 인사 대상자”라며 “이해관계가 있는 대상자에게 인사안을 유출할 수 없다. 의견을 내기 위해 인사안을 봐야 한다면 장관 집무실에서 총장에게 보여드리고 의견을 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어 “의견을 낸다 해도 대통령이 인사권자인데 일일이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검찰총장이) 의견을 내겠다는 건 법령상 근거가 없는 인사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인사위 개최 30분 전에 총장을 부른 건 요식행위’라는 반박에 대해서도 “인사의 범위가 한정적이다. 32명이고, 그 정도면 충분히 총장이 의견을 낼 시간이라고 봤다”며 “제가 (검찰총장 의견을 듣도록 한 검찰청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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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부임인사를 하기위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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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총리·민주당도 윤 총장 비판
이날 오후엔 이낙연 국무총리도 ‘검찰 인사 관련 국무총리 지시’를 통해 “인사 과정에서 검찰청법이 정한 법무부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이라며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잘 판단해 이번 일에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은 윤 총장을 향해 “오만방자하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윤 총장은 본인의 신분과 위치를 자각하고 대통령의 인사권에 스스럼없이 도전할 수 있다는 오만방자한 인식과 행태를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정책조정회의에서 “인사명령에 대한 복종은 공직자의 기본적인 의무로, 검찰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원철 김미나 기자
wonchul@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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