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2 18:39
수정 : 2019.12.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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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문재인정권 좌편향 교과서 긴급진단'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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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문재인정권 좌편향 교과서 긴급진단'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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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석수 108석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이끄는 황교안 대표의 극우적 행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극우 행동파인 태극기 부대를 끌어들이고 보수 개신교 비주류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내는 그의 발언과 태도는 정치권에서는 물론 교계에서도 혹평을 받는다. 공당의 지도자로서 의회정치를 외면하고 장외투쟁 노선에만 몰두하는 태도에 대한 우려가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데도 황 대표는 이런 지적을 수용할 뜻이 없어 보인다.
지난 16일부터 5일간 국회 경내와 밖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열었던 한국당은 23일에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같은 집회를 열기로 했다. 태극기를 든 이들이 기물을 파손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었지만, 황 대표는 이들을 향해 “이미 승리한 것”이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이들을 자신의 장외투쟁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뜻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 ‘선악’을 구분해, 목숨을 거는 정치신인
지난 1월15일 입당한 황 대표는 1년도 채 되지 않은 정치 인생의 고비마다 ‘우클릭’ 행보를 이어왔다. 초반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시작은 자신을 향한 비판을 “악한 세력”, 반대의 국민들을 “천사”(3월30일)로 규정하면서부터였다. 그 뒤로도 여야 사이의 이견을 ‘선악’에 빗대왔다. 그는 공수처법·선거법 저지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단식하던 지난달 22일 “지켜야 할 가치를 잃은 삶은 죽음이기에, 죽어서 사는 길을 갈 것”이라며 ‘보수 세력의 구원자’를 자처했다. 지난 17일 의원총회에서는 “극좌 세력은 장기 집권까지 획책하려 한다. 정말 필사의 각오로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대표 임기가 시작된 지난 2월27일 이후 10개월간 전국 순회 민심 대장정, 삭발과 단식 투쟁까지 벌였던 그는 지난 11일부터는 열하루째 국회 중앙홀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목숨을 걸고’라는 말을 너무 자주 한다. 더 극단적인 행동을 할까 봐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극우와 손잡은 비주류 개신교 성향
황 대표는 신학을 공부할 정도의 독실한 신앙심과 공안 검사 출신 특유의 반공의식 등을 바탕으로 진영을 나눠 ‘선악’을 구분한 뒤 선한 것을 지켜야 한다는 ‘소명’을 내세우며 지지층을 이끌어왔다. 황 대표의 이런 ‘메시아적’ 발언과 행동은 개신교 신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거리가 있다. 이런 이유로 개신교 쪽 내부에서조차 황교안식 ‘장외정치’를 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신성모독’ 논란까지 부른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와 손을 잡는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목사)은 22일 “주류 장로교가 아닌 소수 침례교단에서의 전도사 경력, 공안 검사 출신, 이념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며 “개신교 주류 세력은 오히려 극우 정치와 거리를 두려 한다. 어느 정도 이성적이고 폭넓은 보수층을 아우를 만한 ‘웰빙 보수 그룹’을 구성하려 하기 때문에 황 대표가 개신교의 거대한 선거연합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실장은 ‘소망교회’라는 주류 개신교를 배경으로 대통령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황 대표의 ‘극우 메시아주의’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 당내 불만 크지만, 의원들은 침묵
“비전 하나 제시 못 하고 극우 소리 들어가며 어찌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단 말인가. 이쯤 되면 시험 운영할 만큼 했다. 브레이크 걸 때가 됐다.” 지난 20일 한국당 당직자가 공개적으로 밝힌 이런 비판이 당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과연 이게 시대정신에 맞는 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당은 마치 검사동일체 조직인 것처럼 굴러가고 있다”고 지적했고, 많은 당직자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 지도부를 실질적으로 견제해야 할 의원들은 공천권을 쥐고 있는 황 대표의 눈 밖에 나는 것을 꺼리며 침묵하고 있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이 태극기 부대와 일체화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공천을 앞두고 의원들이 가장 취약한 시점이라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뿌리 깊은 진영 논리에 재미를 본 황 대표가 중간층, 공공의 선보다 정파와 당리당략을 따라 지지층을 결집하는 게 다음 총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강 대 강 대결로 더 치달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 대표의 ‘브레이크 없는’ 우클릭이 결국 당내 기반을 다지고 기득권을 유지하는 헤게모니 강화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채 교수는 한국당의 변화를 위해서는 “소속 의원의 자율성과 공천의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지만, 황 대표의 태도로 볼 때 당분간은 이런 변화가 요원해 보인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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