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9 20:32
수정 : 2019.12.20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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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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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장외투쟁 당내 우려 목소리
황 대표, 연일 태극기부대와 집회
당내 비난 거세자 언론에 으름장
“불공정 보도에 ‘삼진아웃제’ 도입”
의원들, 중도 표심 이탈에 위기감
“어르신들마저 비판… 영남당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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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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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일 극우 성향의 ‘태극기부대’와 함께 규탄집회를 이어가면서, 한국당 내 수도권 의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당의 급격한 ‘우향우’가 이렇게 계속되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은 ‘전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황 대표는 이날도 지지자들과 규탄집회를 이어가는 한편 한국당에 불공정한 보도를 한 언론사에 ‘삼진아웃제’를 적용하겠다는 황당한 대응책을 내놓았다. 당 안팎에서는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데 언론 탓만 하고 있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황 대표는 19일에도 나흘째 국회 밖으로 나가 극우세력과 결합한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이어갔다. 그는 집회 도중 추운 날씨에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병원으로 향했지만, 이날까지로 예정됐던 규탄집회를 20일에도 이어가기로 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규탄집회를 이어가야 한다는 황 대표의 생각이 강하다. 당분간 이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당 집회 장소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문재인 체포’, ‘문재인 간첩’ 등의 문구가 등장했고, 참가자 중 일부는 이날도 국회 경내 진입을 시도했다. 김태흠 의원은 “불법적인 ‘4+1 협의체’에서 하는 행태는 완전히 시궁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언론 탓하며 “삼진아웃제 하겠다”
한국당 지도부는 극우세력과 결합한 국회 경내 안 집회와 장외집회 등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책임을 언론에 떠넘겼다. 박성중 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좌편향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진 미디어 환경을 바로 세우고자 불공정 보도에 대해 ‘삼진아웃제’를 실시한다”며 “편파·왜곡 보도에 대해 1·2차 사전경고제, 3차에는 출입금지 등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해당 기자와 언론사에 대해 다각도로 불이익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의 이런 방침에 대해서는 당 내부에서도 ‘한국당에 유리한 쪽으로 언론을 길들이려는 재갈 물리기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황 대표가 열심히 투쟁하는 것을 강조하지만 정작 ‘왜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비난만 쏟아지는지’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고 언론만 탓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이 제시한 불공정 보도의 기준도 모호하다.
■ “중도층 표심 떠난다” 커지는 우려
황 대표의 ‘강경 드라이브’가 계속되면서 당내에서는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대로는 전멸”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바닥 민심에 민감한 의원들이 중도층 표심이 떠나는 걸 피부로 느끼는 탓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지역구에서는 지난 2주 동안 당이 급격히 오른쪽으로 갔다고 성토한다. 보수적인 성향의 어르신들마저 ‘한국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건넨다”며 “이대로 가면 ‘영남당’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 그런데도 황 대표에게 직언도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충청·강원권 의원들도 수도권과 비슷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 강원도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농성 당번제만 끝나면 곧바로 지역구로 내려가 서울에는 아예 올라오지도 않을 계획”이라며 “당이 갈수록 수렁에 빠져들고 있어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천을 앞두고 황 대표에게 대놓고 반기를 들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당과 거리를 둔 채 각자도생의 길을 택하는 셈이다.
한국당을 떠난 중도층을 잡기 위해 보수 야권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축이 돼 다음달 5일 창당하는 ‘새로운보수당’이 한국당을 떠난 중도층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한 야권 인사는 “안철수 ‘호출’이 자주 언급되는 것도 결국 황교안 대표가 당을 오른쪽으로 이끌면서 새로운 공간이 열렸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장나래 김미나 기자
wing@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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