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30 21:29
수정 : 2019.11.0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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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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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병 갑질’ 박찬주 영입 논란
“한국당 자만 버리지 않으면 죽는다”
당내 황대표 비판 여론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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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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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30일 ‘공관병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박찬주 예비역 육군대장과 이진숙 전 <문화방송>(MBC) 기자 등을 영입하겠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박 전 대장 등 일부 인사의 발표를 보류하기로 했다. 최근 여론의 역풍을 맞은 ‘조국 낙마 표창장’과 무리한 대통령 풍자 등에 더해 인재 영입마저도 잡음에 휩싸이는 등 한국당의 ‘정치적 자책골’이 잇따르고 있는 셈이다. 당 안팎에서는 ‘조국 사태’의 반사이익으로 지지율이 상승하자 긴장이 풀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박 전 대장은 다음 기회에 (영입인재 환영식에) 모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31일 황교안 대표 취임 뒤 첫 공식 인재영입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박 전 대장과 함께 논란이 된 안병길 전 부산일보 사장도 일단 이날 발표 명단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숙 전 기자와 정권 교체기에 현 정부로부터 사퇴를 종용받았다고 주장했던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 등은 그대로 발표하기로 했다.
이번 발표 ‘보류’는 황 대표에게도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장을 두고 내부에서 “중도층이나 젊은 유권자층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조경태·정미경·김순례·김광림·신보라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박맹우 당 사무총장과 만나 박 전 대장 영입과 관련해 “인재영입 1호 상징성에 걸맞지 않다”는 반대 의견을 전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본인 뇌물 혐의는 무죄일지 몰라도 부인과 함께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당 누리집에도 누리꾼들의 비판 의견이 줄을 이었다.
앞서 황 대표는 박 전 대장 논란이 일자 “보도된 내용들이 맞지 않다. 내일(31일 영입인재 환영식에서) 한분 한분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논란이 된 인물 발표를 보류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선 셈이다. 최근 불거진 표창장 논란과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자 공천 가산점 논란 등으로 악재가 거듭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당에선 중도층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과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4선인 신상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당은 자만을 버리지 않으면 죽는다”고 썼다. 그는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국 사태는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많아서 그런 것이지, 한국당이 잘해서 그런 게 아니다. (당 지도부가) 지지율 상승에 방심하고 있어 이런 결과들이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교안 대표가 서둘러 인적 쇄신과 보수 대통합 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점점 세지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황 대표를 겨냥해 “총선 승리가 없이는 대선도 없다. 1천표 차 미만으로 당락이 갈리는 격전지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황 대표가 죽어야 산다는 각오로 ‘보수 통합’을 이뤄내야 수도권에서 승산이 생긴다.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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