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8 13:45
수정 : 2019.10.0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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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지난 7월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장 내 성희롱 발생 맥락을 무시한 판정을 규탄하고 있다.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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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지난 7월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장 내 성희롱 발생 맥락을 무시한 판정을 규탄하고 있다.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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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가구업체 한샘이 택시 안에서 후배직원에게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한 직원을 해고했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우발적 행위’라며 복직 판정을 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날 <한겨레>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서울지방노동위의 판정서를 보면, ㄱ씨는 지난 2017년 12월 회식 뒤 택시 안에서 후배직원인 피해자의 머리를 잡아 어깨에 기대게 하고, 손을 깍지 끼우는 방식으로 잡고, 2차례 입을 맞춘 사실이 드러나 해고를 당했다. 한샘은 “가해자는 후배직원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위치에 있고, 직원의 약 30% 이상이 여직원인 회사의 특이성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므로 해고는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샘은 2017년 1월 사내 성폭행 문제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기업문화를 혁신하고 직장 내 성희롱을 엄중히 처벌하기로 한 터였다.
피해자는 ㄱ씨가 2018년 5월 회사로부터 해고 처분을 받자 그해 6월 말 회사를 관두게 됐다. 그러자 ㄱ씨는 기다리기라도 한 듯 같은 해 7월 서울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ㄱ씨는 “만취 상태였던 피해자의 손을 잡은 사실은 있으나 입을 맞추거나 포옹 등을 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ㄱ씨의 초기 진술조서를 보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뽀뽀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당시 너무 붙어 있어서 약간 혹한 마음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피해자가 불편한 기색이 계속 느껴서 풀어보려고 (집에 들어가서) 차를 한 잔 달라는 말도 하고 했는데 여전히 불편해 보였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런데도 노동위는 가해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 노동위는 “성희롱 직후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등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만취한 피해자와 동승해 우발적·단발적으로 행해진 행위로 보이고, 의도적·반복적으로 행해졌다고 판단할 만한 정황이 없다”고 밝혔다. 또 “가해자가 과거 동종 비위행위로 징계를 받은 이력이 없고, 피해자가 주변에 성희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적이 없는 등 피해자의 고용환경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악화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일방적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가해자는 사건 발생 이후 5개월이 지난 조사 당일인 2018년 5월이 돼서야 정식 자필 사과문을 피해자에게 보냈고, 택시 운전기사의 진술서를 확보해 성범죄 발생 내용을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노동위는 한샘의 해고 통보까지 뒤집어가며 가해자의 진술만 받아들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샘 쪽은 “회사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 신청을 했으나 중노위에서도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았다. 현재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낸 상황”이라며 “소송 비용 및 이행강제금까지 내는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단호히 대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부터 3년간 부당해고 구제사건 중 ‘직장내 성범죄’로 분류된 사건처리 결과를 보니, 직장내 성범죄로 인한 해고 중 부당해고로 구제받은 경우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다. 한정애 의원은 “노동위는 직장내 성범죄 발생 맥락과 특수성을 감안해 부당해고 적정성 여부를 판단해야 했음에도 이러한 전체적인 고려하지 않아 회사 쪽의 판단보다 더 후퇴한 결과가 나오게 됐다”고 지적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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