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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26 10:44 수정 : 2018.07.26 13:53

국회의사당 전경.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권익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공공기관 해외출장 점검
보좌진·입법조사관 38명, 지방의원 31명 등 96명 확인
직무 연관된 민간기관·단체에서 지원받은 공직자도 165명
기관별 누리집에 출장계획서·보고서 공개 추진

국회의사당 전경.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28일 이후 피감·산하기관으로부터 부당한 지원을 받고 해외출장을 간 공직자가 모두 9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이 38명으로 가장 많았고, 보좌진과 입법조사관이 38명으로 뒤를 이었다. 지방의원은 31명, 상급기관 공직자는 11명으로 조사됐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은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해외출장 지원실태 점검 결과 및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권익위는 지난 5월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와 함께 범정부점검단을 구성해 청탁금지법 및 공무원 행동강령을 모두 적용받는 148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28일 이후 지난 4월까지 해외출장 지원실태를 점검했다.

점검 결과, 지원대상자 선정의 객관적 기준 및 선정 절차의 적정성 등이 불명확해 공식적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법령의 근거없이 피감·산하기관이 감사·감독기관 공직자의 해외출장을 지원한 사례가 22개 기관, 51건으로 나타났다. △ 기획재정부, 통일부, 산림청 등 중앙부처 3곳 △ 강원도 양구군, 전북도 익산시, 경북도 성주군, 경남도 밀양시 등 지자체 6곳 △ 재외동포재단, 한국감정원,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국제협력단,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원자력안전재단 등 공기업 10곳 △ 서울주택도시공사, 성남도시개발공사 등 지방공기업 3곳이 이에 해당했다. 이들로부터 지원을 받은 공직자는 모두 96명으로 나타났다. 소속 기관별로 보면 △국회의원 38명 △ 보좌진·입법조사관 16명, △ 지방의원 31명 △상급기관 공직자 11명으로 파악됐다. 국회 및 지방의회와 관련된 공직자들이 85명에 이른다.

유형별로 보면, 기관방문, 실태조사, 현지조사, 사례연구, 견학 등 공식 행사로 보기 어려운 해외출장에 예산을 부당하게 지원한 사례가 18개 기관, 37건으로 나타났다. 한 재단의 경우 교류협력 강화를 위한 관계자 면담이나 재단 업무와 관련없는 해외공관 운영실태 점검에 소관 상임위 국회의원 및 입법조사관 등의 해외출장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공기업은 중앙부처의 연구대회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면서 입상자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공기업 직원이 동행하는데도 감독기관 소속 공무원 2명을 인솔자 명목으로 포함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령과 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른 지원으로 보기 어려운 사례도 4개 기관, 14건으로 나타났다. 예산은 편성돼 있으나, 지원 근거가 되는 법령이나 기준이 없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한 중앙부처는 법령 및 기준에 근거하지 않고 해마다 관행적으로 소관 상임위 국회의원, 입법조사관 등에게 정책설명 명목의 단순한 면담이나 간담회 참석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가 직무와 밀접한 민간기관이나 단체에게서 부당하게 출장을 지원받은 사례도 28개 기관, 86건으로 파악됐고, 이런 지원을 받은 공직자는 165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관은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등 중앙부처 2곳 △ 서울시 광진구, 대전시, 경기도 부천시, 경기도 과천시, 경북도 경산교육지원청 등 지자체·교육청 15곳 △건설근로자공제회, 그랜드코리아레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공기업 8곳 △ 지방공기업인 대구테크노파크 △농협중앙회, 한국광기술원 등 공직유관단체 2곳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지도 및 감독, 보조금 지급 등으로 이해관계에 놓이는 민간기관·단체로부터 법령에 근거하지 않거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계약을 맺는 등 정당한 권원에 의하지 않고 해외출장 비용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앙부처는 위탁납품업체로부터 해마다 관행적으로 포상을 받은 간부 공무원의 부부동반 해외출장비를 지원받았다. 한 공기업은 마케팅 차원의 해외 공동설명회를 진행하면서 계약 및 감독업무 관계에 있는 여러 민간기업들로부터 항공권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점검 결과를 감독기관 및 소속기관에 통보하고, 추가 확인 및 조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 및 징계 등의 제제 조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피감·산하기관과 직무 관련이 있는 공직자에 대한 해외출장 지원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국익을 위해 해외출장이 필요한 경우라도 법령 및 기준에 지원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는 등 청탁금지법의 해석기준을 보완하기로 했다. 외부 지원에 의한 해외출장의 타당성 심사를 위한 심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서면심사를 제한하며, 심사위원 구성에 외부 위원 및 감사관 참여를 의무화하는 등 해외출장 심사위원회도 실질화하기로 했다. 기관별 홈페이지에 출장계획서와 결과보고서를 공개해 국민에 의한 통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중앙행정기관만 해외출장 결과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종합대책은 피감 ·산하기관의 부적절한 해외출장 지원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마련된 것”이라며 “공공기관의 해외출장 투명성을 높여 예산 낭비를 막고, 국민들의 감시와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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