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15 15:15
수정 : 2018.06.1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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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서초구청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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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5개 구청장 당선자 가운데 유일한 자유한국당
2018년 ‘민선 6기 기초단체장 선거 공약 이행 평가’ 대상 수상
지역 주민들 “당 아닌 조은희 개인 역량 보고 선택”
일부에선 “이정근 민주당 후보 문 대통령과 친분 과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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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서초구청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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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5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싹쓸이’를 막은 유일한 자유한국당 당선자인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조 당선자는 득표율 52.4%로 2위인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후보(41.1%)를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
애초 조 구청장에 대한 관심은 보수 텃밭이었던 강남3구(강남·송파·서초) 가운데 서초만을 자유한국당이 유일하게 지켜냈다는 사실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조 구청장이 ‘자유한국당’이나 ‘보수’이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 덕에 재선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서초구민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lym2****)은 트위터에 “서울시장, 시의원, 구의원은 민주당 찍어줬고 시비례, 구비례는 정의당 찍어줬다. 구청장은 솔직히 불편한 마음이지만 자유한국당 조은희 찍어줬다”며 “1987년 직선제 이후 처음으로 자유한국당 찍었다. 이럴 수밖에 없도록 만든 민주당 지도부 반성 많이 해라!”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2ona****)도 “지금 정권의 당을 뽑아야 내가 사는 동네가 발전이 있을 것 같아 고민하다 조은희님을 뽑았다”며 “말도 인상도 푸근하니 열심히 일 잘하려는 게 느껴져 평소 괜찮다 여겼기에 한표 드렸다”고 했다. 실제 이번 서초구의회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의원이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 데서 보듯 여당에 힘을 실어주려는 민심은 존재했지만, 조 구청장은 자신의 역량으로 이 흐름을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은희 구청장에 대한 우호적 평가는 공식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그는 지난 5월 법률소비자연맹이 실시한 ‘민선 6기 기초단체장 선거 공약 이행 평가’에서 서울시 자치구 1위, 전국 5위를 기록하며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여름철 폭염을 막아주는 대형 그늘막인 ‘서리풀 원두막’으로 유럽연합(EU), 영국 환경청 등이 인정하는 친환경상 ‘그린애플 어워즈’ 상을 받았다. 조 구청장은 또 소속 직원들이 근무시간 외에 카톡 및 SNS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조례를 직접 발의했고 서초구는 서울시 최초로 이 조례를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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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청이 설치한 ‘서리풀 원두막’. 서초구 블로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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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오늘의 유머>에도 “서초구청장 조은희 당선인, ‘뽑을 수밖에 없었다’ 평가 듣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조 구청장의 이런 업적을 소개한 내용이 올라왔다. 이 글에 달린 댓글 가운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글에는 “서초구민들이 현명한 결정을 했다고 본다. 그리고 당을 떠나 일을 잘하면 당선이 된다는 선례를 남겼으니 민주당이든 자한당이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당 대표나 지도부가 공천을 잘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교훈이 되었으면 한다”고 쓰여 있다.
조 구청장이 선택된 데에는 개인 역량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 방식이 구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점도 중요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들은 자신의 성과와 공약을 꼼꼼하게 정리한 조 후보자의 공보물과 문재인 대통령, 이희호 여사와 찍은 사진을 강조하며 ‘집권 여당’ 핵심들과의 친분만 앞세운 이정근 후보의 공보물을 비교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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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서초구청장의 선거 공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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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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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누리꾼(@ni***)은 트위터에 “서초구청장이 자한당이 됐다고 ‘뺏겼다’느니 ‘털렸다’느니 ‘실망이다’라느니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알고 얘기했으면 좋겠다“며 “서초구가 보수지역이라서 당빨로 된 것이 아니고, 민주당에서 너무 안일하게 후보를 내놓은 것이다. 솔직히 이정근 후보 선거공보에서 눈에 띄는 것은 문프(문재인 대통령)와의 친분 과시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visv****)도 “조은희 비판하지 말라”며 “비판하려면 서초구 양당 홍보물이라도 한번 보고 비판해요. 뭔 구청장 공약에 서초-평양대로입니까? 문재인 대통령 인기 묻어가면 찍어줄 줄 알았나 본데 구민들 수준을 뭐로 보고. 다 민주당 찍었어도 구청장만 굳이 2번 찍은 이유를 생각해보시길”이라고 했다.
14일 업무에 복귀한 조 구청장은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45만 구민들만 바라보고 뛰는 서초당”이라며 “서울시와도 협력할 것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서울시 첫 여성 정무부시장,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 등을 지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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