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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06 07:59 수정 : 2018.06.07 15:56

김한영 민중당 서울 관악구의원 후보. 김한영 후보 제공

[도전 6·13―여성과 청년, 생활정치를 바꾼다] ⑤김한영 민중당 서울 관악구 구의원 후보

부모·아이 함께 편히 놀 공간
구청이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마더센터 설치 조례’ 서명운동 주도
그 노력 물거품 될까 직접 출마까지
“당선돼 반드시 조례 통과시킬 것”

김한영 민중당 서울 관악구의원 후보. 김한영 후보 제공
아이 가진 부모가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아무 문제 없이 드나들던 카페와 식당이, 아이가 생긴 후엔 큰맘을 먹어야만 갈 수 있는 특별한 곳이 된다. 시간제로 운영되는 키즈카페는 가격이 부담되고 그렇다고 야외에서 놀기엔 대기오염이 너무나 심하다. 답답함을 참다 못한 서울 관악구의 부모 30여명이 부모와 아이가 맘 놓고 갈 수 있는 공간, ‘마더센터’를 구청이 만들어 달라고 행동에 나섰다. 지난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모차를 끌고 나와 길에서, 학교 앞에서 주민들에게 마더센터 설치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다. 4월엔 그동안 모인 주민들의 뜻을 모아 구청에 찾아갔지만 구청장은 부모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걸 볼 수 없었던 부모들은 직접 정치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냈다. 김한영(44) 민중당 후보는 이렇게 관악구 구의원 후보로 출마하게 됐다.

김 후보는 중학교 2학년 아이를 둔 엄마다.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15년부터 동네에 마더센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김 후보 자신에게 부모와 아이가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 또래 부모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방문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아이를 둔 부모의 필요와 딱 들어맞지는 않았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공동나눔터는 자치구에 한 곳 뿐이라 접근성이 떨어졌고, 작은도서관은 도서관이라는 특성상 아이들이 활발하게 놀기엔 한계가 있었다. 김 후보와 비슷한 필요를 느낀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지난해 2월 신림동에 행복마을마더센터를 열었다. 따로 홍보를 안했는데도, 입소문을 탄 덕에 이용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마더센터에 오는 분들 차량으로 주차장이 다 차서, 같은 건물의 상가 주인분들이 불편해하실 정도였어요. 가을쯤 되니까 2호점, 3호점 안 내냐는 문의도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행복마을마더센터는 비영리단체로 운영 수지를 겨우 맞추고 있는 상황인지라 2호점, 3호점을 낼 여력이 없었다. “마더센터는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공간인 만큼 관악구가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몇 달 만에 1만2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서명운동에 참여했지만 조례가 제정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구청장이 구의회에 해당 안건을 발의해야 하고, 그 후에 구의회에서 조례 제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남의 손’에 조례의 운명을 맡길 수 없었던 부모들은 서명운동 이후에도 직접 나섰다. 간담회를 열어 구청장 후보들에게 마더센터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구의원 선거에도 나가기로 한 것이다. 행복마을마더센터의 대표이자 사회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김 후보가 자연스레 후보로 나서게 됐다.

김한영 민중당 서울 관악구의원 후보를 서울 신림동의 행복마을마더센터에서 만났다.
김 후보가 사회운동에 발을 들이게 된 데에는 그가 중학생이던 1980년대의 사회 분위기가 큰 영향을 끼쳤다.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선생님께 뺨을 맞을 정도로 통제가 심한 시기였어요. 학교 내부에 비리도 많았고요. 학생들을 잘 챙겨주던 선생님들이 몇 분 계셨는데 이분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했다고 해고를 당하더라고요. 이때부터 공교육에 회의를 가지게 됐어요.”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남들처럼 대학이나 회사에 들어가는 대신, 청소년의 권익 향상을 위한 시민단체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과 ’사단법인 청소년문화예술센터’를 만들었다. 청소년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장을 만들며 20대를 보내다가 “청소년 단체에서 일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는 생각이 들 때쯤 ‘구로여성회’라는 여성단체로 활동 영역을 옮겼다. 동네 엄마들과 아이 함께 돌보기로 시작한 활동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춤, 기타, 도예를 가르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자신이 관심 가지는 문제를 사람들과 함께 풀어나가는 데 익숙한 김 후보가 육아의 해결책으로 마더센터를 떠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김 후보가 관심을 두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청소년과 청년 문제다.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등에서 안전한 관악구를 만들기 위해 폭력예방센터를 만드는 것이 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폭력예방센터는 폭력예방교육과 피해자 상담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으로는 월세 10만원 상한제를 내놨다. 비정규직 월급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월세 때문에 저녁에 또 다른 알바를 하는 20대 청년의 삶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시작한 마더센터인데 정치를 시작하면 오히려 아이와 보낼 시간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 후보가 결의에 찬 웃음을 띠었다. “지난 몇 달간 함께 고생한 엄마들한테 (마더센터 설치 조례가) 차마 ‘무효가 됐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구의원이 되어서 마더센터 설치 조례를 꼭 통과시키겠습니다.”

글·사진 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jy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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