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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30 14:44 수정 : 2018.05.30 15:11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청사. 연합뉴스

감사원 ‘재외공관 및 외교부 본부 운영실태’ 감사 결과
인턴제도 외교관 자녀 스펙쌓기용 변질 사례 드러나

스위스 제네바의 재외공관에서 무급인턴을 채용한 뒤 증명서까지 발급해주면서 공개채용이 아닌 ‘추천’ 방식으로 소속 외교관의 자녀들을 채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청년들에게 외교 경력을 쌓아줄 수 있는 인턴제도가 외교관 자녀의 ‘스펙쌓기용’으로 변질된 사례가 밝혀진 셈이다.

감사원은 30일 이런 내용이 담긴 ‘재외공관 및 외교부 본부 운영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외교부는 2015년 6월25일과 7월2일, 전체 재외공관에 무급인턴 채용을 중지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외무행정 경력을 쌓고자 하는 청년들을 교육 프로그램 없이 무급 노동자로 활용하는 것이 최저임금법 등 노동 관련 법령에 위반된다는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교부는 기본적으로 무급인턴 채용을 중지하되, 유학생이 자발적 근무를 요청하는 등 채용이 불가피한 때에 재외공관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부에 미리 보고한 뒤 ‘승인’을 받고 추진하게 했다.

그런데 주제네바 대표부는 외교부의 지침이 있은 뒤에도 직원의 요청에 따라 무급인턴 9명을 채용했다. 심지어 이 9명 가운데 2명은 주제네바 대표부에서 일하는 공사·참사관 2명의 자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주제네바 대표부는 인권 관련 국제기구 회의 지원, 도서 관리 등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경력을 확인하는 수료증도 발급해줬다. 이러한 외교 경험 자체가 일종의 ‘스펙’이 될 수 있어 원하는 이들이 많을 수 있는데, 외교관 자녀라는 이유로 추천을 받아 채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감사원의 해석이다. 예컨대 무급인턴과 비슷한 성격으로 외교부가 운영하는 재외공관 공공외교 현장실습원은 서류전형, 면접심사를 통해 공개채용 절차를 밟아 뽑는다.

당시 주제네바 대표부의 1등서기관은 이들 외교관 직원 자녀들의 근무기간이 제네바에 있는 국제기구의 겨울휴가 기간과 겹쳐 인턴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대표부는 이들을 채용했고, 수료증까지 발급해줬다. 원칙적으로 대표부 전체의 인턴 필요성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에서 직원 등이 요청했다는 이유로 공개채용 절차나 본부 승인 없이 무급인턴을 채용해선 안 된다. 또 근무일지, 활동실적 등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없이 근무경력을 확인해주는 수료증을 주면 안 된다.

외교부의 지침이 있기 전인 2013∼2015년에 주제네바 대표부는 무급인턴 29명을 뽑았는데, 이 가운데 5명이 차석대사, 공사참사관 등의 조카, 자녀 등 친인척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대표부가 소속 외교관의 친인척을 포함한 무급인턴 29명에게 객관적인 증빙 없이 근무경력을 인정하는 수료증을 발급해줬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주제네바 대표부가 “인턴 채용 및 관리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등 행정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하며 주제네바 대표부에 주의 조치를 할 것을 외교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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