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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24 15:42 수정 : 2018.05.24 15:42

감사원, 다문화가족정책 추진실태 보고서 발표

결혼이민가족 넷 중 하나는
수급기준 맞춰도 기초생활 보장 받지 못해

가정폭력 피해자인데도 ‘불법체류’란 이유로
쉼터 등 시설 입소 못하기도

정부가 결혼 이주 여성을 위한 ‘복지 사각지대’를 그대로 방치하고, 폭력 피해를 입었는데도 해당 이주 여성이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긴급지원에 소홀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24일 이런 내용이 담긴 ‘다문화가족정책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해보니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운영하는 보건복지부와 결혼이민자 가족에 대한 사회보장 사각지대를 발굴해 개선해야 할 의무가 있는 여성가족부는 ‘연구용역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검토하지 않고 있었다.

내국인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부양의무자, 소득액 등 수급기준에 맞으면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외국인도 결혼으로 내국인과 생계, 주거를 같이한다면 내국인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내국인과 같은 수급기준의 적용을 받아 최저한의 기초생활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실제로 난민법을 보면 난민인 외국인은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지원받게 돼 있다. 독일·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결혼이민자에게 내국인과 차별없이 기초생활을 보장한다. 하지만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보면 결혼이민자 가족은 내국인과 달리 ‘수급기준’뿐 아니라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지 등 ‘가구 구성 요건’까지 충족하도록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감사원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입력된 기초생활수급가구 중 결혼이민자가족 3099가구를 분석한 결과, 자녀가 없는 부부 2인 가구 등 812가구(26.2%)의 결혼이민자가 수급기준은 충족했지만, 가구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기초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대처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가 폭력 피해를 당한 결혼이민자 보호에도 소홀했던 사실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가정폭력방지법’에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시설 입소를 희망할 때 이주여성이 불법체류자라고 하더라도 따로 입소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그런데 여성가족부는 ‘폭력피해 이주여성 지원사업 운영지침’을 통해 쉼터(시설) 입소 대상을 합법 체류 중인 이주여성으로 한정해 운영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불법체류 이주여성이 가정폭력 피해 등을 이유로 입소하고자 하더라도 보호대상 등에서 제외돼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며 실제로 “2017년 3월 필리핀 여성 등이 가정폭력으로 쉼터 입소를 원했으나 불법체류 신분이어서 쉼터에 입소하지 못하고 미인가 시설로 인계되는 사례 등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결혼이주여성이 외국인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긴급지원,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폭력피해 이주여성 지원사업 운영지침’을 개정하라고 통보했다.

이번 감사는 다문화 가족 정책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관련 정책을 분석하기 위해 지난해 11월13일부터 12월15일 20일 동안 이뤄졌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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