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12.20 15:21 수정 : 2017.12.20 22:25

한국건설기술인협회가 발급해준 실제 경력증명서. 공공기관에서 일하던 퇴직 건설 기술자 1693명은 자신의 경력을 속여 이를 재취업과 계약 수주에 활용했다. 국무조정실 제공

국무조정실 부패예방감시단 조사결과 발표
지자체·공기업서 퇴직한 건설 기술자 1693명
거짓 증명서로 재취업 이용하고 계약도 따내
정부, 수사 의뢰…경력 관리 전산 시스템 도입

한국건설기술인협회가 발급해준 실제 경력증명서. 공공기관에서 일하던 퇴직 건설 기술자 1693명은 자신의 경력을 속여 이를 재취업과 계약 수주에 활용했다. 국무조정실 제공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서 퇴직한 건설 기술자들이 ‘거짓 경력’을 내세워 재취업하고, 이를 정부 계약을 따내는 데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은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토교통부 등과 함께 최근 10년 동안 전국 지자체와 철도공사 등 9개 공기업에서 퇴직한 건설 기술자 5275명의 경력증명서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퇴직 건설 기술자 가운데 지자체 퇴직자(1070명)와 공기업 퇴직자(623명) 등 모두 1693명(32%)이 경력 증명서를 허위로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 20명은 지자체, 공기업이 발급해주는 ‘경력 확인서’에 찍히는 직인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허위 증명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5월부터 올해 11월까지 퇴직 공직자 등이 취업한 219개 업체가 이들의 허위 경력 증명서를 활용해 경쟁 업체를 따돌리고 따낸 계약은 모두 1781건이다. 계약 금액은 모두 1조1227억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 기술 계약 건수의 11%, 계약 금액으로 따지면 전체(6조1651억원)의 18%에 달한다. 결국 공공기관의 건설 계약 10건 가운데 1건은 허위 계약서가 만들어 낸 계약이었다는 얘기다.

거짓으로 경력을 인정받아 재취업한 사람들의 지자체, 공기업 퇴직 당시 직급을 보면 고위직이 하위직보다 눈에 띄게 많았다. 지자체에서 일하다 허위 경력 증명서를 이용해 재취업한 1070명 가운데 퇴직 당시 직급이 5급 이상 관리직이었던 사람은 모두 798명(74%)이었다. 공기업에서는 전체 허위 증명서 소지자 623명 가운데 2급(부장급) 이상 관리직은 422명(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허위 경력 증명서를 보면 공로연수, 직위해제, 교육파견, 휴직 등으로 실제 근무하지 않은 기간에도 건설 사업을 감독한 것처럼 거짓으로 경력을 등록하거나, 다른 부서에서 관리하는 공사도 자신의 부서에서 감독한 것처럼 가장했다. 특히 퇴직 직전 고위직을 지낸 기술자는 자신의 직위·직급을 이용해 하급 직원에게 허위 경력 확인서를 발급하도록 ‘갑질’을 하거나, 해당 기관이 ‘전관예우’ 차원으로 경력의 진위 여부에 대한 검증 없이 신청한대로 확인서를 발급해준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는 허위 경력을 내세운 건설 기술자들의 업무를 정지하고, 이들이 취업한 업체에 대해서는 수주한 용역을 취소하기로 했다. 경력 확인을 소홀히 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징계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직인 위조 등의 수법으로 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보이는 위조 경력 확인서 명의자 20명, 거짓 경력 확인서를 건설기술인협회에 신고한 대리인 9명, 위조 확인서를 받고 취업을 허가한 업체 대표 14명 등 43명에 대해 정부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정부는 이번 점검이 “기술직 퇴직 공무원 등이 허위 경력증명서를 이용해 고액 연봉 조건으로 재취업한 뒤, 설계·감리 등 건설 기술 용역을 수주하는 식의 불공정 행위가 만연하다는 제보를 받아 시행한 것으로 건설 기술자 경력 신고제 도입 뒤 처음하는 점검이다”라며 “그동안 정부는 단발적 민원에 대한 진위확인 등 조치만 했을 뿐 전면적인 점검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술력이 부족한 업체가 전직 지자체, 공기업 직원의 허위 경력 증명서를 이용해 건설 공사 등을 맡으면 시설물 안전 등에 문제가 발생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점검을 실시했다. 1995년 10월부터 건설 기술자(국가기술자격법에 따라 건설공사, 건설기술용역 관련 자격, 학력, 경력을 가진 사람)는 근무하던 기관에서 수행한 건설 사업 경력이 적힌 ‘경력 확인서’를 발급 받아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신고하고, 이 협회는 기술자의 경력을 기록 및 관리했다. 기술자가 신청하면 경력 증명서를 발급해준다. 이 증명서는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설계·감리·정밀안전진단 등 건설 기술 용역 입찰 참가자격 사전 심사에서 평가 자료로 활용되고, 경력에 대한 평가 점수가 낙찰 여부를 좌우한다. 때문에 입찰에 참여하는 기술자들이 자신의 경력을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는 이번 점검에서 나타난 불공정·불법 행위 근절을 위해 내년 안에 ‘경력 관리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자체 및 공기업은 소속 건설 기술자가 수행한 계약 내역 및 증빙자료 등을 전산으로 입력하고,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전산에 입력된 내용을 토대로 신청자에게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또, 국장 등 고위직 공무원이 실제 관련 업무를 수행하거나 관여한 정도에 따라 경력을 인정 받도록 고위직의 기술 경력 인정 기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고위직의 사업 관여도가 미미해도 이를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앞으로 이 같은 전수조사를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으로 확대해 비슷한 실태가 있는지 점검할 방침이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