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24 20:31
수정 : 2017.09.2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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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선군 사북읍에 있는 강원랜드 전경. 강원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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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감찰로 명단 확인
산업부 통해 내려보내
강원랜드 “조치 예정” 보고하자
사후감독 않고 ‘수수방관’
처벌은커녕 당사자들 승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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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선군 사북읍에 있는 강원랜드 전경. 강원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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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국조실)이 4년 전 강원랜드를 감찰해 채용비리의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고도 책임자 처벌 등 사후 조처를 확인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처한 사실이 문건으로 확인됐다.
24일 <한겨레>가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공문(2013년 7월25일)을 보면, 국조실은 2013년 6월 강원랜드를 감찰하고 관리·감독 부처인 산업부에 ‘비위 자료’와 직원 69명 이름이 담긴 ‘강원랜드 특혜채용 의혹사례 명단’을 내려보냈다. 국조실은 이 문서에서 “강원랜드 직원 채용 시 지역 인사 등의 청탁 및 형식적 서류·면접 심사절차를 걸쳐 채용하는 등 채용 절차가 불투명하고 폐쇄적이며, 현재 강원랜드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 중 상당수(69명)가 강원랜드 사외이사, 지역 인사 및 협력업체 대표의 친인척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자료엔 2012년 1월 대관업무(1명) 및 경비직(2명) 채용 때 외부에서 청탁받은 이를 임의채용한 사실과 같은 해 11월 경비직(2명) 채용 때도 공개채용 없이 폐광지역 단체에서 추천한 2명을 채용한 사실을 지적했다. 특히 “2012년 1월 특별채용된 ‘최○○’은 최흥집 사장과 동향인 ‘강릉’ 출신으로 남경필 의원실 특별보좌관 외 특별한 경력이 없으며 최○○ 기획조정실장의 추천에 의해 면접도 보지 않고 입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명시했다. ‘특혜채용 의혹사례 명단’엔 강원랜드 사외이사를 포함해 전직 국회의원·시장·부시장·시의원·군의원 및 강원랜드 주변 지역 번영회장 등 지역 인사 40명과 이들의 친인척 직원 69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사외이사인 송아무개씨의 경우엔 동생, 아들, 처남, 외조카, 동서 등 일가족 7명이 모두 강원랜드에서 일하고 있었다. 국조실은 직원 채용 실태를 종합점검하고 공정한 인사채용제도를 수립, 인사담당자를 규정에 따라 조치하라는 의견을 냈다.
산업부에서 국조실 공문을 전달받은 강원랜드는 같은 해 8월 ‘국무조정실 공직복무점검 결과 처분요구에 대한 조치 결과 및 계획’이란 문건을 산업부에 보고하며 “2013년 10월말경 수시발령을 통해 (인사팀장 등 인사담당자를) 인사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인사팀장 권아무개씨는 11월 보직만 바꿔 계속 근무하다 2015년 강원랜드 감사실이 자체감사로 채용비리를 밝혀낸 뒤에야 면직됐다. 2012년 1월 채용비리 당시 인사팀장이던 박아무개씨는 이후 승진해 현재 임원(상무)으로 근무중이고, 최○○ 기조실장은 2014년 1월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승진한 뒤 현재는 퇴직한 상태다. 국조실과 산업부 등이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인지하고도 조처사항 이행 여부 등 사후 관리 없이 ‘방치’한 탓에 특혜채용 직원은 평균 8000만원에 이르는 연봉을 받았고, 부정 채용을 도운 이들은 간부직까지 지냈다.
이달 들어 <한겨레> 보도로 강원랜드의 대대적인 채용비리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국정감사를 앞둔 국회가 국조실의 2013년 감찰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이 업무를 담당하는 국조실의 민아무개 공직복무관리관은 산업부에 자료를 공개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는 2013년 감찰 당시 공직복무관리관실의 기획총괄과장이었다. 민 국장은 <한겨레>에 “특혜채용 의혹사례 명단에 개인정보가 많아 자료 제출이 곤란하다는 우려 의견을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훈 의원은 “거대한 채용비리가 몇년째 시정되지 않고 묻혔던 것은 국조실과 산업부의 ‘수수방관’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낙연 총리가 채용비리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만큼 국조실은 이제라도 관련 사실을 투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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