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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28 19:27 수정 : 2016.07.28 16:30

박 대통령 “내수 걸림돌” 발언에
시행 5개월 앞두고 ‘흔들’

선물 등 금액한도 시행령으로 정해야
한도 높이면 법 자체 무의미
7~8월 헌재 결정 귀추 주목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공직사회의 구조적 비리를 근절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3월 제정돼 9월28일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의 앞날이 오리무중이다. 국회가 의결한 이 법을 직접 재가·공포한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이 법이 ‘내수 진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탓이다.

박 대통령이 문제삼은 부분은 이 법 제8조 3항 2호다.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부조의 목적으로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을 받을 수 있지만 구체적 금액 한도는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 조항이다. 받을 수 없게 되는 금액 기준을 시행령이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관건이다. 김영란법 제정 이후 관련 업계에선 금액 기준을 낮춰 잡으면 한우·굴비·화훼 등 소비를 차단해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주장을 박 대통령이 이번에 반복한 셈이다.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조심스러운 태도다. 박 대통령의 ‘합리적 수준’ 언급 이후 일각에서 식비·경조사비 허용 금액 기준을 높일 것(완화)이라는 관측이 제기되자 권익위는 28일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일종의 지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시행령 준비 과정을 염두에 두고 말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지난해 5월 권익위 주최 공개토론회에서는 식사비 허용 금액을 현행 3만원에서 5만~7만원으로, 경조사비는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제는 ‘합리적 수준’을 빌미로 한 봐주기가 지나치면 김영란법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데 있다. 일부 주장처럼 허용 금액 기준이 높아지면 학부모 촌지 등까지 사실상 허용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한우·굴비·화훼 등 특정 품목이 처벌 예외로 규정되면 다른 품목과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국회 차원의 재검토’도 거론했지만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유보적 태도다. 김영란법의 뼈대를 만든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우리가 법을 제정해 놓고 이를 먼저 고칠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문제가 있다고 결정이 나야 국회에서 손을 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국회에서 김영란법이 통과되자 대한변호사협회는 부정청탁 개념이 모호하고 적용대상이 광범위해 과잉 처벌 우려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9월 김영란법 시행 전 선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선 7~8월께 헌재 결정이 나올 것으로 관측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비판적이다. 국회 정무위 더민주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대통령이 국회를 비판하며 이 법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 이제 와서 대통령이 개정을 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26일 “(박 대통령의 국회 차원 재검토 거론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라면서도 “(헌재 결정)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김남일 엄지원 김지훈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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